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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따듯하게 살 수 있어 좋아요" 플러싱 81세 김묘순 할머니

이보교 복지교회 도움 받아
18년 만에 노인아파트 입주

답장 못해 취소됐던 승인서
끈질긴 방문·전화로 되찾아

"제게도 이런 날이 오네요. 이제 히터 나오는 집에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요"

플러싱에 사는 김묘순 할머니(81)는 노인아파트를 신청하고 18년을 기다려왔다. 할머니는 드디어 올해 뉴욕시정부로부터 노인아파트 입주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영어를 읽지 못하고 신청 절차도 몰랐다. 결국 우편을 받은 뒤 답장을 하지 않아 아파트 입주가 취소되고 말았다.

할머니는 지난 9년간 플러싱의 히터도 작동하지 않는 지하방에서 수입의 절반 이상을 렌트로 지불하며 가난하게 살아왔다. 그는 "매달 소셜 연금 800달러에서 렌트 600달러를 내면 정말 휴지 한 조각 살 돈이 없었다"며 "돈이 없으니 빚쟁이에게 쫓기는 것처럼 불안했다. 또 지난 3년간은 우울증도 앓았다"며 그간의 고생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1989년부터 뉴욕에 연고자 없이 홀로 살아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희망은 잃지 않았다. 교회에서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이민자보호교회(이보교)를 알게 됐고, 이보교 복지교회 봉사자들의 끊임없는 방문과 전화 연락 끝에 취소된 아파트를 되찾았다. 결국 김씨는 지난 12일 노인아파트 열쇠를 받고, 자메이카의 한 노인아파트 입주에 성공했다.



김 할머니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가슴앓이를 털어놓았다. 18년간 꾸준히 노인아파트 입주를 위해 노력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포기 상태였다는 것. 그간 두 차례 입주가 승인된 적은 있었지만 겁이 나서 살 수 없었다. 김씨는 "아파트에 한인이 한 명도 없고 인근 지역 총소리와 싸움으로 살기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 달에 204달러만 내면 된다"며 "이제 히터도 나오고 따뜻하다"고 행복해 했다. 또 "주변에 나 같은 사람이 많은데 축하를 많이 받았다"며 "특히 자식 없는 사람들이 걱정이다. 나이 많은 사람부터 먼저 노인아파트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할머니는 지난 1988년 결혼으로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그는 "미국에 오고 싶어 결혼을 하고 영주권을 받았지만, 필라델피아에서 남편 가족에게 착취를 당했다"고 했다. 이후 시카고로 건너가 식당 찬모로도 일했지만 또다시 노동 착취를 당했다.

1989년 플러싱에 단돈 250달러와 이민 가방 2개를 가지고 정착했다. 퀸즈 아스토리아와 맨해튼 할렘의 세탁소, 스시업소 일로 생계를 이어왔고, 현재는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간다.

이보교 조원태 위원장은 "목회를 하다 보면 김 할머니처럼 사각지대에 있는 독거 노인들이 적지 않다"며 "할머니가 이달 우리 교회를 찾지 않았더라면 돌아가실 때까지 보금자리를 얻지 못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이보교는 지난 7월 이민자.서류미비자들의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해 '복지교회'를 시작했다. 이보교 산하 6개 교회인 뉴욕우리교회, 후러싱제일교회, 어린양교회, 한울림교회, 친구교회, 뉴욕베데스다교회에서 각각 3명씩 선출된 '복지 디렉터'들이 10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의료.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 목사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복지교회의 사명을 실천한다"며 "매주 6~7건의 문제 해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새해에는 4개 교회가 더 합류하기로 했다. 내달에는 한인 시니어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노인아파트에 대한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김동찬 복지교회 자문위원은 "복지, 교육을 넘어 시민권·영주권 갱신, 노인뿐 아니라 실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한 비즈니스 업주 등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한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회복지 서비스를 찾으면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다윤 기자 park.dayun@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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