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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서북미 문인협회)

수퍼 과학시대

12월 31일 저녁 12시, “땡” 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다 없어지고 새해를 맞아 새로운 시작이 이루어지는 타임머신, 일 년 주기로 과거를 망각하는 기계가 곧 시판될 거라는 흥미로운 뉴스가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망각기계는 모든 것이, 좋았던 것이든 나빴든 것이든 지우고 싶은 것이든 간직하고 싶은 것이든 가리지 않고 전부 다 한꺼번에 없어져 버린다. 그러나 머지않은 장래에 간직하고 싶은 것은 지워지지 않는, 업그레이드된 기계가 나온다는 것이다. 만화 같은 얘기다.

그리고 그때쯤 되면 택배 회사 또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다. 자동차건 이삿짐이건 기계 위에 올려놓고 필요한 정보를 입력한 후 ‘꺼져라’라는 스위치만 누르면 피식피식 초미니 번개 같은 빛살과 쉬익쉬익 고무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놓여있던 형체는 사라지고 영수증만 스르르 흘러나온다.



반대로 받는 쪽에서는 청구인이 내민 정보를 입력하고 ‘나오라’는 스위치를 누르면 보낼 때와 같은 이상한 소리와 빛을 발하면서 물체가 나타나고 영수증도 나온다.
지금 우리가 컴퓨터를 이용하여 편지나 사진 같은 것을 주고받는 것과 같이
기계를 설치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서 집에서도 얼마든지 주고받을 수 있고 외출하는 것도 기계 위에 올라서서 스위치만 누르면 눈 깜박할 사이에 이루어진다.
무슨 소리 하느냐고? 환한 대낮에 무슨 잠꼬대냐고? 묻는다면
TV, 휴대전화, 컴퓨터는 언제부터였느냐고 되묻게 된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라면을 끓이지도 않고 기계 속에 잠깐 넣었다가 꺼내면 익어서 나오는 기계가 곧 등장한다고 했을 때 공상과학 영화 같은 얘기 한다고 듣는 척도 안 했든 일을 생각하면 언제 또 불가사의한 사실 속에 살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한국 가는 데는 2분이면 되고 화성 가는 데는 20분이 걸린다. 이러한 초 슈퍼 과학 기술도 인간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실수도 한다. 그래서 보험 또한 공존하게 된다.

모든 물건을 보내고 받는 데는 한 가지 원리가 있다. 물체를 기본 구성 요소인 원소로 분해하고 전자로 변형하여 전파에 실어 보내면 받는 쪽에서는 전파에 실려 온 요소를 재구성하여 내는 것이다.
기계는 정확하다. 감정이 없는 기계는 하라는 명령 대로만 행한다.

그러나 자연의 힘은 때로 기계를 당황하게 한다. 전파가 이동하는 동안 강한 태풍이나 태양 흑점이 폭발할 경우 생기는 자기 변동으로 왜곡된 전파가 재구성할 때 본래와 다른 왜곡된 형태의 물체로 만들어 놓고 나 몰라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보낼 때 보험을 들 수 있고 종류에 따라서 보험료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고급 물품이면 더 비싸고 사람일 경우 신체 부위에 따라서 다를 수가 있다. 우리 몸 부위 중에 어느 부분이 가장 중요한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위가 가장 비싸다.

그런가 하면 특급 보험료를 내면 재조립 시 본인이 원하는, 보완된 모양으로 만들어지게 하는 특별 조항이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여 사람이나 모든 물체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시대가 곧 돌아온다.
가공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대를 천국이라고 부를지 아니면 개판이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아무리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변형시킨다 해도 딱 한 가지, 내 마음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고 상상할 수 없는 첨단 과학의 시대라 할지라도 자연을 앞지를 수는 없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몇 달이, 두어 번만 깜박거리면 한 해가 훌쩍 지나가 버리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대 자연의 슈퍼 타임 기계에 의해서 어제가 오늘로 오늘이 내일로 자동으로 변환되고 나 자신도 그 속에 묻혀서 딸려가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우매함 뿐이다.

고약한 내 마음을 변형시킬 방법이 없으니 대자연의 섭리와 순리를 이해하고 따르고, 나를 만든 창조주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구나. 새해에는 그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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