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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SM 이사 "돈을 움직여야 진정한 스타"

1990년대 최고 인기 그룹 HOT부터 일본 열도를 뒤흔든 보아를 거쳐 하이틴의 우상 동방신기까지. 한국을 넘어 아시아 가요계를 강타해 온 한류 가수 뒤엔 항상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이수만(54) 이사가 있었다.
한류란 무기를 든 그는 이제 아시아를 ‘SM 제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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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이수만 이사를 만난 날은 중국 쓰촨(四川)성 출신의 16세 소녀 장리인이 가수로 데뷔한 다음날이었다.
장리인은 전날 MBC 음악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스타 동방신기의 멤버 시아준수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날 장리인이 발표한 싱글 앨범은 방송을 탄 지 하루 만에 국내 최대 온라인 음악 사이트인 멜론의 종합차트 1위에 올랐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뮤직비디오 랭킹에서도 1위, ‘네이버’의 가수 검색 순위에선 2위를 차지했다.


장리인은 당분간 국내 활동을 통해 정상급에 진입한 후 중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이수만 이사는 “장리인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SM이 3년 동안 준비한 결실”이라며 “HOT보다 진화된 한류 스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SM은 이 이사의 전략에 따라 3단계로 ‘한류 스타’를 키우고 있다.
1단계는 HOT처럼 우리 가수를 아시아권 스타로 만드는 것, 2단계는 그룹 슈퍼주니어처럼 우리 가수에 아시아권 멤버를 포함시켜 현지를 공략하는 것, 3단계는 아시아인을 한국의 ‘기술’로 키워 자국에서 스타로 만드는 전략이다.
장리인은 바로 3단계 한류 스타다.
이 이사는 “우리는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것만을 한류라고 한다”며 “하지만 우리의 자본이 들어가 이익을 창출하는 게 진정한 한류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문화를 판다는 것 자체가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전제한 뒤 “우리 문화를 통째로 가져가 팔면서 상대방 문화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면 결국엔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대표적인 예로 홍콩 영화 산업을 꼽았다.
그는 “홍콩은 자신들만의 영화를 고집하다가 결국은 쇠퇴했다”며 “현지 문화와 결합하지 않는 한류 역시 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HOT·신화·SES·보아·동방신기 등을 키워 낸 ‘스타 제조기’답게 스타에 대한 철학 역시 남달랐다.
그는 “조선시대 장터에서나 지금이나 돈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스타”라며 “누가 얼마나 그 사람에게 돈을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스타성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내려받기로 죽어가는 국내 음반시장에서 예전과 같은 스타들이 나오긴 힘들다”며 “해외에서 아무리 인기가 높다고 한들 피부로 느끼기 힘든 것도 우리가 그 사람에게 돈을 안 쓰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음악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판매량 20만 장 이상의 음반이 2004년 9장에서 2005년 4장으로 급감했다.


“큰 시장이 큰 스타를 만든다”는 그의 철학은 최근 SM의 행보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SM은 SM차이나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 홍콩에 SM아시아를 세우며 중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국내 음반업계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88 서울올림픽 이후부터”라며 “그때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90년대 초 서태지·김건모·HOT 등 1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대형 스타들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에서도 2010년쯤엔 1,000만 장을 파는 시대가 올 수 있다”며 “결국은 이들이 할리우드나 유럽의 스타들보다 더 대접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2·3단계 한류 스타를 고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보아가 일본에 진출할 때 국민이 얼마나 기뻐했느냐”며 “반대로 장리인이나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 등이 한국에서 사랑받는다면 중국인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우리로선 장리인보다 한국인 인기 가수를 현지에 데리고 가서 홍보하는 게 일시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몇 년 후를 내다본다면 장리인과 같은 현지인 가수가 더 인기를 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SM은 현재 본격적인 중국 진출에 앞서 동남아에서 반응을 엿보고 있다.
대박 조짐은 벌써 눈에 띈다.
동방신기는 데뷔 후 처음 가진 10여 차례의 아시아 투어 콘서트에서 전 좌석을 매진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이 이사는 “중국 진출을 겨냥하다 보니 동남아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SM은 내년 초 동방신기에 중국인 멤버를 합류시켜 중국 현지에서 활동시킬 계획이다.
슈퍼주니어 역시 중국 시장에 맞게 멤버를 꾸려 진출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는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이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리스크 역시 철저한 시장 분석과 준비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아의 경우 13세 때부터 수년에 걸쳐 일본어를 배우는 등 만반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이후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에이벡스(AVEX)와 손잡아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했고, 일본인의 감성에 맞는 노래로 승부했다.


그는 “보아가 일본에 진출할 당시 우리에겐 보유 현금이 30억원도 되지 않았지만, 1년에 30억원씩 들어가야 하는 ‘도박’이었다”며 “하지만 시장 분석과 오랜 준비를 통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보아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정규앨범과 싱글앨범, DVD를 합쳐 일본에서만 1,000만여 장의 앨범을 판매했다.


SM은 현재 김경욱 대표가 기획·마케팅·홍보를 담당하고, 음반 프로듀싱은 이수만 이사가 책임진다.
SM은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반이나 빠지며 한류의 수익성에 대해 논란을 일으켜 왔다.
삼성증권의 최영석 연구원은 “지난 분기 신규앨범의 발매 한 장 없이 매출 부진과 비용부담이 동반되면서 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며 “하반기 세 장의 정규앨범 출시와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으로 투자 매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이사는 “한류에 대한 거품을 최근 개봉한 드라마나 영화 몇 편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는 것처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해 단기간의 성과만 놓고 판단해선 안 된다”며 “개방을 앞둔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선점해 아시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수만은 누구?

이수만 이사는 경복고를 나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엘리트다.
70년대 자신이 활동했던 서울대 농대 음악 밴드 ‘샌드 패블스’가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대학가를 대표하는 통기타 가수로 발돋움했다.
이후 대학가요제의 단골 사회자로 활동하며 MC로 자신의 분야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81년 그는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고 캘리포니아 주립대로 유학을 떠나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그는 당시 미국에서 얻은 것은 “학위보다 ‘MTV의 열기’와 미국의 음반 산업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5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가수보다 MC로서 전성기를 보낸 그는 95년 가을 HOT를 이끌고 SM기획을 설립, 음반 기획자로 변신했다.
HOT는 중국 공연을 처음 시도해 성공을 거두며 ‘한류의 원조’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 이사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SM을 설립해 2000년 4월 코스닥 시장 등록에 성공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그의 지분 평가액은 324억원으로 벤처 부자 38위를 기록했다.



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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