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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창] 일본 최장수 총리 기록 깬 아베

어제(20일) 일본에선 또 하나의 역사적 기록이 탄생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재임 2886일을 넘김으로써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최장수 총리가 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과거 조슈(長州)로 불리던 야마구치 현 출신이다. 조슈는 사츠마(薩摩·현재 가고시마 현)와 함께 제국주의 침략을 주도했던 군국주의 일본의 뿌리다.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당시 총리였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당시 조선 주둔군 사령관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훗날 총리), 내무·외무대신을 지낸 뒤 다시 직급을 낮춰 당시 조선공사로 부임했던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 정한론(征韓論)의 기초를 닦고 설파하며 메이지 유신 주역들의 정신적 스승이 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등이 모두 조슈 출신이다. 아베 총리의 아버지도 외무상을 지냈고 외조부 2명은 총리, 고조부는 구한말 조선 주재 일본군 사령관을 지냈다. 아베 총리가 군국주의 일본의 적손이라 불리는 이유다.

한국 언론으로 접하는 분위기와는 달리 아베 총리의 일본 내 지지율은 꾸준히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치 특성상 이는 한국의 대통령 지지율 70~80%대에 비견될 만큼 높은 수치라고 한다.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다.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받았을 것 같지만 사실 지금도 일본은 누구든 원하기만 하면 일을 할 수 있는 완전고용 상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국제 관계도 한국 하고만 껄끄럽지 별로 흠잡을 것이 없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거기다 태평양 전쟁 패전으로 짓눌려 있던 일본인들이 아베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그 멍에를 벗어던졌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아베의 최장수 총리 기록 경신은 당연한 결과라는 말이다.

역사를 보면 재임 기간이 길면서 큰 업적까지 남긴 지도자들이 왕왕 있다.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올려놓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재임 1933~1945)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유일하게 4선에 성공하며 12년간 재임했다.

청나라 4대 황제로 천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다는 뜻의 천고일제(千告一帝)로까지 불린 강희제(재위 1661~1722)는 중국 역대 황제 중 가장 긴 61년이나 보위에 있었다. 60년 간 황위에 머물렀던 건륭제(재위 1735~1796) 또한 중국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강희제의 손자였던 건륭제는 존경하는 할아버지보다 더 오래 보위에 있을 수 없다 하여 60년 만에 퇴위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 안정을 이루어 백성들의 의식주 걱정을 덜어주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대 가치를 발굴하고 문화를 융성 발전시킴으로써 인류 역사에 기여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일본은 내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21세기 새로운 국가의 면모를 드러내 보이겠다는 야심에 불타고 있다. 이에 더해 아베 총리는 '대 일본제국'의 부활을 꿈꾸며 필생의 과업으로 공언해 온 평화헌법 철폐 및 개헌을 통한 군사 재무장을 마무리하고자 매진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아베는 최장수 총리에서 더 나아가 가장 추앙받는 일본 총리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일본을 넘어 세계적 리더가 되려면 피해 가서는 안 될 과제가 하나 더 있다. 공존과 공영이라는 현대 세계의 보편적 가치 구현에도 깊은 이해와 실천을 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과거사 무시하고, 이웃 짓밟고, 오로지 자기 나라 이익만 추구하는 한 그 번영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지도자란 얼마나 오래 권좌에 머물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가치있는 일을 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이종호 편집국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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