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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다졸' 삼형제에게 거는 기대

장병희 / 기획콘텐트부 부국장
장병희 / 기획콘텐트부 부국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11/23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9/11/22 18:26

말기암 환자인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씨가 '강아지 구충제'를 먹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이 강아지 구충제 논란에 빠졌다. 복용자가 늘어 품귀현상까지 생겼다는 얘기도 들린다. 어차피 다른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김씨는 마지막 희망으로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Fenbendazole)을 먹고 있고, 몇주가 지난 지금 여전히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복용을 알리고 있다. 눈물나는 자발적인 임상시험이다.

기자는 의사가 아니므로 펜벤다졸을 복용하라고 이 칼럼을 쓰는 것이 아니다.

버지니아에 사는 K는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 같은데도 너무 저렴한 약이라서 임상시험조차 이뤄지지 않고, 알려지지 않아 암에 걸린 친척들이 이 약을 한번 먹어보지도 못하고 타계했다고 아쉬워했다.

구충제인 펜벤다졸, 메벤다졸(Mebendazole), 알벤다졸(albendazole)은 거의 같은 화학적 구조를 가졌다. 펜벤다졸은 동물에게, 메벤다졸과 알벤다졸은 인간에게 사용돼 왔다. 그래서 최근에는 펜벤다졸을 먹기가 꺼림칙한 사람들은 알벤다졸이나 메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다.

그러면 이 '다졸' 삼형제들은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인가.

인체에 기생하는 기생충은 종류도 매우많고 다양해서 이제까지 웬만한 약으로는 구충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75년에 기생충이 당분을 섭취해 생존한다는 것을 밝혀내, 이들이 당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교란시키는 약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다졸 삼형제다. 마침 암세포도 당을 섭취하면서 증식하고 있어 일부 학자들이 여기에 착안해 항암제로 고려됐던 것이다. 기생충이 굶어죽듯이 암세포도 굶겨 죽일 수 있다는 기전이다.

다른 얘기도 있다. 항암제를 개발하던 과학자가 쥐에게 암세포를 주사하고 항암제를 시험하려 했는데 쥐 몸에 기생충이 많아서 구충제를 함께 썼고 나중에 구충제가 암을 퇴치하는 항암 기전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다졸 삼형제가 당섭취 교란은 물론,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기관을 억제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당뇨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바이애그라'는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아스피린도 해열진통제지만 지금은 피를 묽게 하는 약으로 주로 쓰인다. 그래서 다졸 삼형제가 구충효과보다 항암효과에 더 쓰임새가 있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주장이다.

강아지 구충제라는 표현 때문에 말기암 환자들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펜벤다졸을 복용한다고 우려한다. 한국 식약처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으니(약을 분해해 소화시키는 간에 대한 독성이나 내성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사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 발표에 "말기암 환자가 부작용이 심해봐야 죽는 것 말고 뭐가 더 있겠느냐"는 댓글이 달린다.

미국 전문의들도 모두 먹지 말라고는 하지 않는다. '말기암 환자'라면 자신의 판단으로 복용 여부를 결정하라고 권한다. 화학 전공으로 뉴욕에 개업 중인 유튜버 장항준(Hangjun Jang) 내과전문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약을 환자에게 권하는 것은 의사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치의에게 개인별 독성이나 내성에 관한 주의사항을 듣고 자신의 판단으로 복용해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에는 국립보건원(NIH)에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암이 곧 정복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 그 '곧'이 지금인지 아닌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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