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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점화의 탄생

“아침부터 백설이 분분…. 종일 그림 그리다. 점화(點畵)가 성공할 것 같다. 미술은 하나의 질서다.”



1965년 1월 2일 김환기(1913∼74)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미술을 실험하며 쉰두 살 화가는 득의양양했습니다. 서울서는 한국미술협회장도 지냈지만 낯선 뉴욕에서는 정월 첫 주 찾아오는 이도, 찾을 이도 없이 종일 그림만 그리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9일 후, 첫 점화의 완성 소식을 전합니다.





“간신히 점화 ‘겨울의 새벽별’을 완성. 완성의 쾌감. 예술은 절박한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대형 캔버스 전체에 점을 찍고 또 찍어 완성하는 김환기의 전면 점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일기 속 ‘겨울의 새벽별’과 같은 제목의 그림은 지금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1964년에서 65년 사이에 걸쳐 제작된 '새벽 #3’이라는 그림이 있어 김환기 만년의 점화 실험이 어떤 형태로 시작됐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겨울처럼 창백한 하늘에 새벽달 같은 동그라미를 그렸고 별처럼, 도시의 불빛처럼 점을 간간이 찍었습니다. 화가는 외로움도, 오만 상념도 점 하나에 찍어 보냈다고도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덜어내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나중에는 오로지 무수한 점만 남긴 겁니다.



‘김환기의 점화는 최근 몇 년 새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여러 차례 갈아치웠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홍콩 경매에서 점화 시리즈 중 가장 큰 작품이자 유일한 두폭화인 '우주'가 132억원에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경매가 끝나고 나니 그림을 누가 샀을까 뒷말이 무성합니다. 공공성 높은 곳으로 가서 많은 이들이 '우주'를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습니다.

권근영 / JTBC 스포츠문화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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