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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네트워크] 지구촌 뒤흔드는 ‘마스크 전쟁’

2004년 캐나다 몬트리올과 영국 글라스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에서 길을 걷던 행인들이 맨홀 속으로 굴러떨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작당이라도 한 듯 전 세계 도로에서 맨홀 뚜껑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한 달 새 150개의 맨홀 뚜껑이 사라졌다.

당시 중국 수요가 늘며 고철 가격이 급등하자 전 세계의 좀도둑이 맨홀 뚜껑 훔치기에 나선 것이다. 고물상으로 넘겨진 맨홀 뚜껑의 최종 목적지는 중국이었다. 제임스 킹의 책 ‘중국이 뒤흔드는 세계’에 소개된 ‘맨홀 뚜껑 에피소드’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의 자장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종종 인용되는 얘기다.

물자의 블랙홀인 중국이 또다시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마스크 전쟁’이다. 중국인이 세계 각지에서 ‘마스크 싹쓸이’에 나서며 마스크 품귀 현상에 불을 지폈다. 이에 맞서 러시아와 이란 등 일부 국가는 마스크 수출 금지라는 강력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중국이 불붙인 마스크 품귀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것은 매점매석이다. 불안감에 마스크를 사들이는 일반인의 늘어난 수요에, ‘기회는 이때’라며 사재기로 폭리를 취하는 일부 몰지각한 행태까지 가세하며 생산량을 늘려도 마스크는 증발하듯 사라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사재기 단속에 나서고 구매자가 마스크 단가와 수량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긴급수급조정 조치를 발동했다. 일각에서는 마스크를 쌀과 석유와 같은 비축대상 물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7일 "환자 치료 목적 외의 광범위하고 부적절한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위생용품 품귀 및 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보호 장비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우선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공정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감염병 위험을 피하려 마스크를 찾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다. 비난받을 일이지만 매점매석으로 한 몫 챙기려는 마음도 누구에게나 도사린 욕망일 수 있다. 세계를 뒤흔드는 건, 중국이 아니라 우리 안의 과도한 불안과 욕심일지 모르겠다.


하현옥 / 한국중앙일보 복지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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