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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사라지지 않는 '약 과잉처방'

약은 희망이다.

환자는 약 한 알에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완치를 믿는다. 열이 내리고 통증이 가라앉고 상처도 아물 것이며 심지어 불치의 시계조차도 멈출 것이라는 소망이다. 그 심리적 약효는 때로 화학 성분보다 더 강하다.

환자의 쾌유에 확신을 주는 이는 의사다. 진료와 처방은 환자의 신뢰를 얻는 행위다.

본지가 2년 전부터 정부 지원 처방약 보험인 '메디케어 파트 D' 처방 기록을 꾸준히 보도한 이유도 그 '신뢰' 때문이다. 의사가 진료와 처방을 담보로 환자에게 거짓 믿음을 주고 있진 않는지, 또 환자 역시 의사를 맹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환기하고자 했다.



2년 전 메디케어 파트 D 기록이 처음 공개됐을 때 분석 과정에서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랐던 소문들이 있었다. '한인 의사들은 웬만하면 할머니 환자들이 달라는 약은 다 준다'거나 '노인 환자들은 약을 쇼핑하듯 타간다'는 말이었다.

슬프게도 소문과 분석 결과는 들어맞았다. 한인 의사들의 처방 약값은 전국 평균에 비해 비쌌고 횟수도 더 많았다. 약의 오남용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환자는 위험한 처방을 요구하고, 의사는 그 요구에 순응한 결과였다.

분석한 기록은 2010년 한해 170만 명의 의사가 환자 2800만 명에게 처방한 방대한 분량이었다. 기자 2명이 3개월을 매달려 한인 의사 260명의 처방 기록을 추출했고, 한명 한명 의사면허 조회를 통해 개업지역, 진료경력, 출신대학까지 조사했다. 또 의사, 교수, 약사, 제약회사 세일즈맨, 환자 3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검증한 내용이었다.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 8개월이 걸려 최초의 '한인 전문의 처방실태'를 썼다.

기사 보도 후 한인 의사들의 반발이 심했다. "요즘 환자들은 달라는 약을 원하는 대로 주지 않으면 바로 주치의를 바꿔버린다"거나 "메디케어 환자들은 돈을 내지 않으니 당연히 비싼 약을 원한다" 등이 의사들의 입장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일부 의사의 문제가 전체 한인 의료계의 문제로 비치지 않도록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변화의 약속이 지켜졌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또 공개됐다. 2014년분 처방 기록을 분석한 일부 결과를 지난 29일자에 보도했다.

'비싼 약을 더 많이 준다'는 처방 성향이 더 심화했다는 단적인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LA의 한인 내과 전문의 2명이 그해 처방한 전체 약값이 무려 2000만 달러를 넘겼다. 메디케어 파트 D 환자를 진료한 전국 내과의 5만6482명 중 처방약값을 기준으로 5, 6위다.

두 의사의 처방약값 총액은 2년 사이 계속 증가했다. 백 전문의는 2012년 793만 달러에서 2014년 28.6%, 유 전문의는 854만 달러서 987만 달러로 15.5% 뛰었다.

환자 1명당 처방건수도 두 사람은 다른 내과 전문의들보다 2~4배 많았다. 전국 내과의의 환자 1명당 평균 처방건수는 연 16건 정도인데 반해 두 사람은 각각 66건, 43건이었다.

두 전문의는 LA에서 가장 많은 한인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들로 손꼽힌다. 이들의 처방 기록은 '한인 사회 약 처방 실태'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약을 많이 준다고, 더 비싼 약을 준다고 반드시 나쁜 의사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의사라고 할 수 있을까. 환자를 고쳐주겠다는 상호 신뢰의 행위이어야 할 처방이 혹시라도 고객 확보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약(藥)은 풀(艸)로 환자를 즐겁게(樂)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최선을 다해 환자의 안위를 돌보고 환자에게 해가 될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약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약은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희망이어야 한다.


정구현/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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