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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짐끄는 개' 마침내 날다

직업탐사: 한인들의 땀과 꿈 <2>주류 항공사 기장 김백평씨

5000피트 상공서 동행 인터뷰
항공대 낙방후 비행학교 공부
20년전 착륙사고에도 포기안해
'월급 2400달러' 화물기 조종
비행 13년만에 주류항공사 입사
“남들 가지 않은 길 도전하길”


“두두두두두.”
프로펠러가 바람을 일으키며 몸을 푼다. 두려움 한 바퀴, 기대감 한 바퀴. 20대 훈련생이 조종간을 잡았다. 모든 점검을 마치고 관제탑에 보고했다.

“체로키 6985C, 이륙 준비됐습니다(Cherokee 6985 Charlie, we are ready for take off).”

“치노 관제탑이다. 이륙하라(Chino Tower, We are clear for take off).”


기자가 동승한 경비행기는 곧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른다. 시속 100마일, 프로펠러 진동이 동체를 뒤흔든다. 파도를 타는 듯 몇 번의 출렁임 끝에 비행기는 안정을 찾았다. 화씨 100도의 데워진 지표면 위에 깔린 옅은 스모그가 발 아래 산맥을 가렸다.

“오늘 훈련은 계기훈련 비행이에요. 되도록 전방을 직접 보시지 말고 계기판 침에 의지한 채 비행해 봅시다.”

부조종석에 앉은 교관 김백평(영어명 베니ㆍ43)씨가 훈련생에게 가르쳐야 할 과제는 계기판 읽기 훈련이다.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 악천후를 대비한 교육으로 훈련생의 시야를 모자챙으로 일부 가린 뒤 속도계와 고도계, 수평계 등 십여 개의 계기판에 의지해 조종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륙 후 바짝 긴장한 건 뒷좌석에 동승한 기자뿐이다. 훈련생과 교관은 마치 프리웨이를 달리듯 여유롭다. 교관은 전체적인 운항 방향을 훈련생에게 제시하고 중간에 빠진 절차나 조작 실수에 대해 꼼꼼히 가르친다. ‘직업탐사’ 두 번째 주인공은 주류 대형 항공사 A항공의 기장 김씨다. 그는 운항이 없을 때면 비행학교에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그가 모는 경비행기에 탑승해 지상 5000피트 위 상공에서 인터뷰했다.

김씨의 집은 LA 동부의 다이아몬드바에 있다. 그는 비행이 있는 날이면 지사가 있는 미 중부인 캔자스시티로 출근한다. 교통편은 비행기다. 승무원들은 회사 ID를 제출하면 어느 공항에서나 어느 항공사 비행기든 무료로 타고 목적지로 갈 수 있다. 한 차례 비행 여정은 보통 3박 4일이다. 가령 캔자스시티에서 뉴욕에 들렀다가 다시 텍사스로 가서 하루를 묵고 다시 여러 도시를 경유해 캔자스시티로 복귀한다.

“근무 일정상 조종사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요. 때론 외롭기도 하죠. 아이들이 한창 크는데 가족과 멀리 떨어져 가족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면 많이 아쉽죠.”

조종사로서 즐거움 중 하나는 고요한 상공에서 기막힌 풍광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카리브 해의 지는 석양이나 구름 속에서 요동치는 천둥 번개, 또 그 위에 함께 뜬 달과 별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림 같은 풍광 때문에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가 (소설) 야간비행을 썼는지도 몰라요.”

가장 큰 보람은 승객들이다. 공항 출구에서 부모를 만나 울음 터트리는 군인, 서류 가방을 들고 자신감 있게 거래처 사람을 만나는 샐러리맨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공항은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곳이잖아요. 가족여행이 됐든 친구를 만나든, 무사히 기다리는 사람 옆으로 데려다줬다는 게 기장으로 가장 큰 보람이죠.”

기장이 되는 과정은 험난했다. 1989년 중학생 때 가족 이민온 그는 조종사를 꿈꿨지만 항공 전문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좌절하기도 했다. 뒤늦게 비행학교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1993년부터 낮에는 전자회사, 퇴근 후에는 비행 학교에서 공부했다. 당시 실습비는 교관비를 포함해 시간당 200달러였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1996년 친구를 태우고 연습 비행을 하다 착륙 도중 실수로 활주로를 벗어나 바위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지역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수입의 거의 대부분을 연습비에만 썼어요. 그때는 연습밖엔 몰랐죠.”
비행 자격증을 딴 뒤 2년간 교관 생활을 마치고 운송회사에 입사했다. 탑승객 15명을 태우는 경비행기인 일명 ‘프레잇독(Freight Dog)’을 몰았다. 구식 기종에 업무량이 많아 ‘짐 끄는 쓰레기’로 불릴 정도로 조종사들에게 악명이 높다. 악천후를 만나면 교신이 끊기거나 잡음이 들리기 일쑤였고 날씨가 추워지면 기체가 얼어 추락 위험이 컸다. 날씨가 좋지 않아 운항이 어려울 때도 회사는 매출 때문에 은근히 운항을 하도록 했다. 매일 새벽 4시 반쯤 일어나 물류회사가 있는 버뱅크로 출근해 오후 7시가 돼서야 퇴근했다. 3년간 월급 2400달러만 받고 근무했다.

“프레잇독은 웬만한 ‘깡’ 없이는 운항 못해요. 한인 조종사가 졸다가 추락사 한 적도 있어요.민간 항공사 기장들도 프레잇독 출신이라고 하면 한 수 접어줍니다.”

쥐꼬리 만한 월급에 위험한 비행을 하던 그가 마침내 꿈을 이룬 것은 11년 전이다. 주류 대형 항공사로 이직 기회를 잡았다. 원서를 쓰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포기할 때쯤이었다. 3년 전에는 기장이 됐다.

항공업계는 백인이 주도한다. 김씨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주류 항공사 취직은 아시안에게는 좀 더 엄격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입사 후는 철저한 연공서열이다. 결격 사유가 없다면 입사한 날짜에 의해 철저히 승진한다.

다만 정기적으로 운항 평가와 비상 훈련 평가를 받는다. 또 당뇨나 심장질환이 없는지 6개월 마다 신체검사를 해야한다. 5년차 파일럿의 연봉이 보통 10만 달러에서 12만 달러, 15년차 기장은 보통 25만 달러에서 40만 달러라고 한다.

그는 연방항공국(FAA) 시험관이 되는 것이 꿈이다. 아직 한인들이 거의 진출하지 못한 분야이다. 또 라번시에서 본인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재미한인항공학교(KAAA)와 치노시에 있는 한서대학교 위탁운영 비행학교 M.I.AIR에서 계속 후배들을 가르칠 계획이다.

“저는 전형적인 X세대였어요. 꿈만 좇아서 앞으로 왔죠. 한인들도 ‘꿈의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남이 가지 않는 곳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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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어떻게 되나

민간 항공기 기장이 되기 위해서는 수만 달러의 학비를 들여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고 이후 평균 3000시간의 비행 경력을 쌓아야 한다. 메이저 항공사의 조종사가 되기까지 10여년이 소요되기도 한다.

파일럿 라이선스는 비행기 종류와 의무 비행시간에 따라 크게 4개 종류로 나뉜다. 학생 파일럿 자가비행기 조종사 상업용 항공기 파일럿 및 교관 민간 항공기 파일럿(ATP) 등이다. 통상 자가비행기부터 시작해 비행시간을 쌓아 단계별로 취득한다. 따라서 ATP 라이선스 취득 요건이 가장 엄격하고 보수도 가장 높다.

비행학교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가장 필요한 것은 비행시간 경력을 쌓는 일이다. 가장 선호하는 방법중 하나가 비행학교 교관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필요한 비행시간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지역항공사 파일럿의 평균 연봉은 2만~4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메이저 항공사의 대형 항공기장의 경우 12만1408달러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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