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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동물 속이는 수의사는 자격 없어"

연중기획 독자를 만나다…수의사 부자 김승호 원장·김구영씨

78년 이민온 30년 본지 독자
오줌자국 매트리스서 잠자며
3년 주경야독끝 수의사 자격
이민 8년만에 동물병원 개원
"수의사 최고 덕목은 정직"
2년전 아들도 병원에 합류
"신문 배달사고 신경써달라"


수의사는 환자와 대화할 수 없는 의사다. 말 못하는 짐승들의 아픈 곳을 경험과 기술에 의지해 알아차려야 한다. 때로는 환자들을 안락사시켜야 할 때도 있다. 인간들에게는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들은 일반 전문의들 못지 않은 고충을 겪기도 한다.

'독자를 만나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라미라다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호(63) 원장과 대를 이어 수의사가 된 아들 김구영(35)씨다. 김 원장은 중앙일보 30년 독자다.

그는 1978년 뉴욕으로 이민왔다. 일간지 기자였던 선친이 유신정권의 언론 탄압을 피해 그보다 먼저 가족과 함께 뉴욕에서 자리잡았다.



서울에서 수의과 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에서 다시 수의사 자격증을 따야 했다. 3년간 낮에는 공부 밤에는 일만 했다. 영어가 서툴러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당시 원베드 아파트 렌트비는 월 165달러. 렌트비를 내고 나면 생활비가 없었다. 길거리에 내다 버린 매트리스를 주워다 썼다. 차는 바닥에 녹이 슬어 도로 아스팔트가 보였다.

"오줌자국 때문에 누런 매트리스였어요. 맥도널드를 가도 콜라 값이 아까워 집에서 수돗물을 마시며 햄버거를 먹었죠. 너무 고생해서 눈물도 안 날 정도였어요."

1986년 가주로 와서 현재 동물병원을 개업했다. 고생은 이어졌다. 10여 년간 거의 매일 10시간 이상 쉬지 않고 일했다. 일요일에도 응급치료를 했다. 병원 인수하기 위해 빌린 은행 융자금을 다 갚는 데 30년이 걸렸다.

김 원장은 수의사에게 필요한 우선 덕목으로 '정직'을 꼽는다. 수의사들은 종종 돌발 상황과 맞닥뜨린다. 몸집이 작은 동물들은 마취에 약해 종종 수술 중 심장이 멎는다. 1~2분 안에 회복시키지 못하면 죽는다. 의료사고가 났을 때 수의사는 반려동물의 주인에게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수의사들이 가장 피해야 할 게 거짓말이에요. 자칫 변명하다가는 감정이 상해 고소당하기 쉽죠. 정직하면 용서받을 수 있어요."

2년 전부터는 아들 구영씨가 김 원장 병원에 합류했다. 경영학을 전공해 일반회사에 다녔던 아들은 수년 전 진로를 바꿨다. 덕분에 김 원장의 어깨가 가벼워졌다.

"아들처럼 요즘 젊은 수의사들은 디지털 엑스레이라든지 초음파 기계를 다루는 데 능숙해요. 새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빠르죠. 또 언어 장벽도 없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아들 구영씨도 아버지를 치켜세웠다. "아버지의 경험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오랫동안 지역 사람들과 쌓아 놓은 신뢰 역시 제가 도저히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이죠."

세대 차이는 있다. 아버지는 상황에 따라 치료 수준을 조절하지만 아들은 원칙주의자다. 아들은 진료에 앞서 매뉴얼대로 동물 피검사와 엑스레이를 거친다. 말 못할 동물들에게 닥칠 만약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김 원장에게 30년 독자로서 중앙일보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가끔 배달사고가 있다고 했다. 집 현관에 놓인 신문을 누군가 가져가서 그런지는 모르겠다고도 했다.

멋쩍어하면서 한가지 더 부탁했다. 그는 '중앙일보 동창회 골프 챔피언십'을 매년 빠지지 않고 참가해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수차례 매달을 땄다. "몇 년 전만 해도 대회가 끝나면 그 소식을 아주 자세히 지면에 써줬는데 요즘은 짤막하게 다뤄서 아쉬워요. 좀 더 신경 써주시면 안될까요."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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