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무어 낙선…트럼프 국정운영에 타격
앨라배마 상원 보궐선거
민주당 존슨, 박빙 승리
공화텃밭서 25년만의 이변
트럼프 국정 운영 먹구름
민주당 존스 후보가 49.9%의 득표율로 48.4%를 얻은 무어 후보를 1.5%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앨라배마는 보수적인 백인 유권자가 많은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으로 민주당 상원의원이 탄생한 것은 25년 만이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무어의 패배는 이 주에서 클린턴을 거의 30%포인트 차이로 물리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깜짝 놀랄 만큼의 모욕"이라며 "이 결과는 공화당 의원들이 스스로 정치적 미래를 보호하려고 트럼프 대통령을 멀리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방송도 내년 선거의 풍향계로 간주되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난처할 뿐 아니라, 공화당에 재앙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파괴적인 지진이 일어난 것"이라는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존스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 뒤 지지자들에게 "이번 선거는 품위와 존중, 법치에 대한 선거였다"며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국에 보여줬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어려운 싸움에서 승리한 더그 존스에게 축하를 보낸다. 기명투표가 (승리의) 큰 요인이지만 승리는 승리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또 "앨라배마 주민들은 위대하다. 그리고 공화당은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이 자리를 놓고 또 다른 도전을 할 것이다. 결코 끝나지 않는다!"고 내년 11월 치러질 중간선거를 예고했다.
그러나 미성년자 성추문에 휩싸여 공화당 지도부조차 사퇴를 촉구하고 캠페인 자금 지원까지 중단한 무어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고전하는 그를 위해 로보콜에 인근 지역 유세까지 한 만큼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회의감과 영향력 축소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지난달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히는 버지니아에서 민주당에 주지사 자리를 내준 데 이어 2연패를 한 셈이어서 내년 중간선거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로 상원 100석 중 공화당 의석은 51석이 됐다. 여전히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화당 상원의원 중 한두 명의 이탈표만 나와도 법안통과가 어려워 오바마케어 폐기와 반이민정책, 멕시코장벽 건설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입법과제에 대한 의회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인 밥 코커 상원의원은 전날 밤 NBC와 인터뷰에서 무어 후보의 패배 소식에 대해 "미국에 멋진 밤"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엎치락뒤치락하던 선거 승부에 쐐기를 박은 건 흑인 유권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CNN 출구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의 30%는 흑인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8·2012년 대선 때보다 높은 비율이다. 또 투표한 흑인의 98%는 존스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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