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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인사회의 각성과 민낯

2018 상반기 LA한인사회는 빛났다. 하나의 사건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LA한인타운 24시간 노숙자 임시 셸터(temporary homeless shelter)' 논란은 한인사회 겉과 속을 시원하게 흔들어 놓았다.

사실 노숙자 임시 셸터 발표 초기 한인사회는 우왕좌왕했다. 소위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LA한인회와 일부 비영리단체는 에릭 가세티 LA시장과 허브 웨슨 시의장의 '카운터파트(counterpart)'가 됐다는 우쭐함을 보였다. 그들이 한인타운 주민 여론을 차단한 두 정치인의 행태에 동조한 이유기도 하다. 이를 지켜보던 한인사회 구성원과 한인타운 주민은 바보가 아니었다. 정치가 힘의 논리라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미국은 시민 참여와 토론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건국의 뿌리로 삼는다.

미국의 역사는 건국이념을 무시한 행동을 결코 곱게 봐주지 않는다. 아무리 대의가 좋다고 해도 불의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긴다.

공교롭게도 한인타운 주민, 솔직히 말해 '가난하고 힘없는 이민자 밀집지' 거주민은 노숙자 임시 셸터 논란에서 '미국의 건국이념'을 체득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변방에 머물러 사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이들이다. 그들이 각성했다. 또박또박 목소리를 냈다. LA정계에서 거물급으로 불리는 시장과 시의장에게 참여와 토론이라는 민주주의 가치를 외쳤다.



시장과 시의장은 말문이 막혔고 끝내 대화에 나섰다. 노숙자를 돕자는 대의에만 동조하던 LA타임스 등 주류 언론도 '넘지 말아야 할 선' 앞에서 흔들렸다. 힘의 논리는 주류와 비주류 간 논리적 공방 앞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노숙자 임시 셸터 논란은 시끄러웠지만, LA 시민사회·이민자·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김질한 상호 성숙의 시간을 낳았다. 한인사회 평범한 이민자와 한인타운 주민이 이룬 성과다.

상호 성숙의 시간은 지혜를 낳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깨달음을 말하는 자세는 긍정적이다. 다만 반성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노숙자 임시 셸터 논란 속에 한인사회가 보였던 민낯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인사회 권익과 정치력 신장을 외쳤던 소위 대표 단체(장)들의 허위의식을 우리는 봐야 했다. 그들은 한인사회가 줄기차게 외쳐온 가치가 훼손됐을 때 꼬리를 슬며시 내렸다. '뭣이 중헌디'를 알면서 외면했다. 시장과 시의장의 카운터파트가 되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마저 잊은 모습이다. LA시 최초, 유일한 한인 시의원이 보여준 정치셈법 또한 한인 유권자가 평가할 몫이다.

한인사회와 허브 웨슨 시의장은 LA한인타운 윌셔/후버 삼거리 테니스코트를 노숙자 임시 셸터 잠정 후보지로 합의했다. 대화와 토론, 견제와 양보가 낳은 결실이다. 이제 그간의 과정을 외면하거나 부인해서는 안 된다.

기자는 2016년 12월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를 보도했다. 당시 한인타운 노숙자들은 텐트 59개(33곳)를 치고 삶을 연명했다. '사회구조가 빚어낸 짙어진 그늘'이라는 보도에 많은 독자가 공감했다. 지난 3개월, 한인사회는 노숙자 지원이란 대의에 걸맞은 과정을 이뤄냈다. 함께 고민하고 참여할 때다.


김형재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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