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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몸은 여러 가지 변화로 대답한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생각 위험
충격에 대한 반응 오히려 정상
'감사하라'는 식의 위로는 주의
주변의 배려있는 도움 필요해

상담 도움받아야 스트레스 극복
피해자 심리 충분히 공감해야


"그래도 몸 상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는 위로의 말은 가려서 하는 것이 좋아요. 지금 산불로 10년 이상 공들여 일군 나무들이 다 타버렸는데 목숨을 구했다고 '다행이구나' 할 수는 없으니까요." 최근 한인 산불 피해자(필렌의 카혼패스 블루컷 산불)들의 심리상담을 하고 돌아온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자연재해는 인재보다 주변의 배려있는 도움을 받으면 정상 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며 한인 커뮤니티 차원의 지속적인 도움을 강조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심리변화들을 들어 보았다.

- 자연재해와 인재는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 심리적인 차이가 있나.

"인재를 당했을 때에는 지금처럼 산불과 같은 자연적인 피해보다 분노가 더 강하게 올라온다. 강도의 권총 앞에서 지갑을 빼앗겼을 때 목숨이 위태로웠던 만큼 화도 더 치밀어 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서움을 느낄 때 화를 내게 된다. 자신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간 대상이 같은 인간일 때는 더욱 분노가 커진다. 그러나 산불이나 홍수와 같이 인간이 원인 제공자가 아닐 때에는 자신의 힘으로 자연과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피해에 대해서 느끼는 화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화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인재와 비교했을 때 그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자연재해를 당했을 때 나타나는 증세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속하나.

"정신과에서는 지금과 같은 산불 피해로 인한 신체적 심리적인 증세들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 내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실질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현장에 있었을 때이다.

4.29 폭동처럼 자신의 상점에 폭도들이 불을 지르면서 자신 역시 목숨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했을 때에 해당된다. 산불이 났을 때는 스스로 불이 어느 쪽으로 오고 있다는 걸 미리 알 수 있다. 또 소방대원들이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비하라고 말해주기 때문에 생명 위협의 현장에 있지는 않았다. 농장과 집이 상실되리라는 것은 예측한 상황이지만 직접적인 자신의 목숨은 위협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들에게 나타나는 신체적 및 정신적인 변화는 증세가 같기 때문에 정신과적인 상담을 받도록 적극 권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못 느껴도 이미 정신보다 먼저 우리의 정확한 몸은 그 모든 충격을 감지하여 그 사인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증세들인가.

"어떤 분은 소방대원이 중요한 물품을 가지고 대피하라고 하자 집으로 뛰어 들어가서 들고 나온 것이 베개였다고 한다. 그만큼 놀랐다는 얘기이다. 이 쇼크에 대해 몸은 이미 여러 가지 변화로 대답하고 있다. 소화가 안 되면서 입맛을 잃었고 잠을 잘 못 잔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불이 난 사실에 대한 현실감이 떨어져 예전처럼 자신의 농장이 그대로 있다고 생각한다.

60년 이상 살아오면서 이보다 더 힘든 상황도 극복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다고 정신적으로는 생각한다. 하지만 옆에 가족들은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던 사람인데 조금만 일에도 성을 내는 걸 곧바로 알아차린다. 불안하고 겁이 날 때 화가 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계속 입안이 마르고 평소보다 자주 소변을 보게 되는 것도 몸이 충격에 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이상 변화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건강한 반응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왜 이러지?' 또는 '당신이 왜 자꾸 그래?' 하면서 평소와 같지 않은 것을 탓하지 말라는 것이다. 큰 충격을 당했을 때 인간은 때로는 큰 소리를 지르고 싶어지고 통곡도 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대로 하는 것이 하나의 효과적인 극복 방법이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아요' 하는 쪽이 정신과 의사로 볼 때는 더 문제이다."

- 신체변화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뭔가.

"이번에도 정신 상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약에 대한 처방도 했듯이 정신 상담에 앞서 먼저 다스려 주어야 할 것이 우리의 몸이다. 상담하신 분들의 혈압을 검사해보니 모두 평소보다 10~20 정도 높았다. 당연한 몸의 신호이다. 또 입맛이 없어서 먹지를 않으니 당이 있는 사람들은 그 수치가 떨어져 병이 나기 쉽다.

미국에서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가들이 찾아가는 이유도 단지 상담만이 아니라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나타나는 이 같은 몸의 적신호들을 먼저 정상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지금은 괜찮다고 해서 상담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괜찮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재보다 빨리 회복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

"똑같은 산불 피해자라고 해도 피해 정도에 따라서 충격이 다르고 주변에 돌보아주는 사람들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상담 치료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번에 수개월 전에 남편을 잃은 부인의 경우가 좋은 사례라 하겠다. 이 부인이 받는 상실감은 다른 사람보다 몇 배 더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서도 언급했듯이 '몸 성한 것만 생각하고 감사하라'는 식의 위로는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상처만을 줄 수 있다.

노스리지 지진 피해자가 생각난다. 힘겹게 장만한 집이 지진으로 유리창이 깨지고 금이 갔을 때 느꼈던 절망감과 분노가 원하는 만큼의 보상을 받음으로써 거의 회복되었다. 인재는 대상에 대한 분노가 있어서 쉽게 극복되기 힘들지만 자연재해는 그 대상이 없다. 따라서 주변에서 잃어버린 것에 대한 배려있는 도움을 줌으로써 회복을 시켜준다. 따라서 지금 한인 커뮤니티 차원에서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자연재해 피해자에게는 큰 위안이 되리라고 본다. 말 한마디라도 피해를 본 쪽의 심리를 잘 배려하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

스트레스 대처하는 방법

▶과거를 잊어 버린다. 벌어진 사건은 되새김질 말 것. 되돌릴 수 없다.

▶ 더 억울한 사람을 생각한다. 나만 피해자가 아니다.

▶ 생각과 감정을 한 곳에 머물게 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 함께 나눌 친구를 찾는다.

▶ 만사에 더 조심한다. 특히 운전을 조심하고 아이와 가족들을 더 잘 돌봐야 한다.

▶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 어떻게 되었든 시간은 흘러 간다.

▶ 속에 있는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 감정이 안에 그대로 있으면 언젠가 무기로 폭발한다.

▶ 인생은 실패했을 때 끝이 아니고 포기했을 때 끝난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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