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다시 가고 싶은 세도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순박한 세 줄의 짧은 글은 마음에 콕 틀어박혔던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세도나를 둘러보는 중 입에서 흘러나왔다.

시를 음미하며 앙상한 가지를 비집은 영롱한 햇살을 머금은 붉은 바위를 눈여겨본다. 자연의 감미로운 기운이 감도는 세도나.

누군 3000만불짜리 집이 있어 가끔 들러 쉰다고 하지만, 난 방문 때마다 모텔에서 2~3일 묵고 온다. 많은 부를 거머쥔 갑부와 내가 느끼는 행복감은 얼마나 다를까. 내가 느끼는 행복감이 크다고 자부해 본다.

근래 들어 종종 외식을 한다. 어쩌다 값나가는 식당에 가보기도 하고, 집 주위 가까운 식당을 찾을 때도 있고 푸드코트에서 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물론 값비싼 식당은 차별화된 점이 있다. 그처럼 성 십자가 성당(Chapel Of Holy Cross)을 올려다보며 마주한 3000만불짜리 집안에는 값비싼 망원경이 있다고 하니 사방을 한자리에서 한눈에 둘러보며 편리함을 맛보며 즐길 것이다. 나는 나대로 발길 닫는 대로 간다. 평지 혹은 산기슭, 산 중턱, 하늘이 맞닿은 곳에서 묵기도 한다. 언제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숙소를 옮기는 맛이 있다.



세도나에서 하루를 지내다 보면 묵은 피로가 사라지고 몸이 가뿐하다. 주위의 흙이나 바위의 색은 붉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 아쉽다. 그런 바탕 위의 잡초 또한 곱다. 시가지를 걷다 보니 기 수련원을 겸한 한인회 간판이 보여 반가움에 들어갔다. 뜻밖에 만난 한인들은 삶에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있었고, 다소곳이 배우는 여럿 원생들을 보았다. 그들은 '기'가 소용돌이 하는 세도나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수련원 밖을 나오니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다. 주위를 감싼 붉은 산과 바위들은 차츰차츰 어둠을 입는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고 두꺼운 옷으로 완전 무장을 했다. 지프차를 탔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을 가르며 시가지를 떠나 가파른 산을 올라 붉은 바위를 밟고 서서 '부자 봉우리(크고 작은 바위가 마주하고 있어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 같아서 지어봤다)' 를 바라본다. 세도나의 모든 것이 다시 봐도 사랑스럽다. '또 올게.'


김하영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