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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는 즐거워] 81세에 바라는 소원

나는 내가 혹시 비관론자이며 희망을 믿지 않는 이단자가 아닌가 하고 의심할 때가 있다. 희망이나 바람은 사람의 삶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이다. 즉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사는 것이다.

나는 인도를 여행했다. 인도에는 여러 종교가 있지만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은 힌두교를 믿는다. 힌두교의 요체는 윤회다. 모든 생명체는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이 영혼은 늘 그 모습을 달리해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개의 모양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혼이 중요한 것이다. 영혼이 1000번의 윤회를 거듭하며 드디어는 '니르바나' 즉 극락에 이르는 것이다.

불교는 힌두교 승려였던 석가모니가 '1000번의 윤회는 너무 길다. 도를 깨우치면 나는 그날로 부처가 되고 극락에 이를 수 있다'고 역설한 데서 시작됐다. 가톨릭에서 종교개혁을 일으킨 마틴 루터가 사제를 통해서만 하나님과 통할 수 있다는 '통화 방법'의 혁명을 일으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나도 언제라도 내 스스로 하나님과 통화할 수 있고, 도를 깨우치면 1000번의 윤회를 거치지 않더라도 극락에 갈 수 있다. 나는 하나님도 믿고, 부처도 믿는다. 왜냐하면 나는 극락에도 가고 싶고, 천국에도 이르고 싶기 때문이다. 또 1000명의 처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이슬람교 알라의 나라에도 가고 싶다.



81세인 나는 점점 몸의 힘이 빠지고 세상만사에 대해 재미있는 일이 별로 많지가 않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희망을 가지고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욕심이 없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명상에 잠기는 것이 아니다.

난 하나님과의 통화도 원치 않고, 무욕의 경지에 이르고 싶지도 않고, 1000명의 처녀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이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석구석 더 알고 싶을 뿐이다.


서효원 /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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