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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서 배운 대로…백설공주 재해석 ‘레드슈즈’ 도전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7/22 08:06

‘겨울왕국’ 애니메이터 김상진
홍성호 연출과 토종 애니 제작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주인공을 동화 속 공주 모습이 아닌 여느 10대처럼 그렸다. [사진 NEW]





“다 아는 동화를 독특하게 바꾼 시각이 재미있었어요. 디즈니에서 주어진 작업은 이미 설정이 다 끝난 시리즈의 속편들뿐이었죠. 디즈니에서 배운 것을 활용해 새로운 모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25일 개봉하는 ‘레드슈즈’의 김상진(60) 애니메이션 감독은 “캐릭터 숫자가 지금껏 내가 한 영화 중 가장 많았다”며 “주요 캐릭터 디자인만 해도 다들 변신을 하니 열여섯 가지나 됐다”고 전했다. 그는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에서 한국인 최초 수석 애니메이터로 20년간 일했던 인물이다. 천만영화 ‘겨울왕국’을 비롯해 ‘모아나’ ‘라푼젤’ ‘빅 히어로’ 등의 캐릭터 디자인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레드슈즈’는 국내 제작사 로커스 스튜디오가 220억원을 투입한 대작 애니메이션이다. 외모에 너무 집착한 벌로 난쟁이가 된 ‘꽃보다 일곱 왕자’들이 스노우 공주를 도와 사라진 국왕을 찾는 모험을 그렸다. 널리 알려진 ‘백설공주’ 이야기를 재해석해, 고전 동화 속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작품이다.




김상진 감독(左), 홍성호 감독(右)





영화 개봉에 앞서 김 감독을 서울 논현동 제작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각본 겸 총연출을 맡은 홍성호(53) 감독과 함께였다. 홍 감독은 “나 역시 키가 작고 소위 잘생긴 스타일은 아니다. 내 모습 그대로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는데 사람들은 ‘너는 키는 작지만 성실하고 똑똑해’ 식으로 자꾸 조건을 걸더라. 있는 그대로 서로 받아들일 수 없을까. 내 얘기라고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털어놨다.

이런 진심이 통한 걸까. 3년 전 김 감독이 ‘겨울왕국2’ 제안도 뿌리치고 디즈니를 나와 ‘레드슈즈’에 힘을 보탰다.

‘레드슈즈’는 해외 시장을 겨냥, 클로이 모레츠, 지나 거손 같은 할리우드 스타를 더빙에 참여시켰다. 주인공 레드슈즈는 동화속 공주라기보다 여느 10대 소녀같이 묘사했다. 한국적인 요소도 눈에 띈다. 일곱 왕자 중 리더인 멀린이 그 예다. 그는 머리색이 검고, 마법을 쓸 땐 한글로 ‘번개’라 적힌 부적을 던진다.

‘레드슈즈’에는 ‘백설공주’뿐 아니라 ‘개구리 왕자’ ‘빨간구두’ ‘아더왕의 전설’ 등 여러 동화들의 패러디 요소가 들어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음식장사와 비슷하다. 오리지널 스토리로 개발하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먹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먹어본 음식을 디밀어야 맛이라도 보려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디즈니도 오리지널 스토리를 개발하길 부담스러워 한다”고 덧붙였다.

‘레드슈즈’는 지난 2월 유럽 최대 규모 ‘유럽필름마켓’에서 최초 공개해 세계 123개국에 선판매했다. 북미 시장 배급도 타진 중이다. 캐릭터 상품화도 고려하고 있다.

홍 감독은 “그동안 한국 애니는 취학 전 아동용·유아용엔 강점이 있었지만 산업적으로 더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이에 김 감독은 디즈니에서 배운 교훈을 전했다. “미국은 치가 떨릴 정도로 ‘기록’에 집착한다. 모든 자료와 경험을 무서울 정도로 관리하며 성공이든 실패든 그 요인을 분석한다”면서 “한국 애니메이션도 그런 기록과 분석의 경험을 쌓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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