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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여 만에 靑 제안 거절한 문희상 “자존심 상한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0 15:07


10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희상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18일부터 시작되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국회 의장단과 여야 대표단을 초청한다고 발표했지만 야당 대표들은 물론 국회 의장단에게도 거부당했다. 이날 여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은 청와대가 공식 제의한 지 1시간여 만에 불참 의사를 전했다.


임종석비서실장이 10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정치분야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오후 2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상회담에 동행해 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린다”며 정치인 특별수행단을 발표했다. 대상은 문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9명이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주영(한국당)·주승용(바른미래당) 부의장과 짧게 회동한 뒤 “동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부의장은 “행정부 수반의 정상회담에 입법부 수장이 동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고, 주 부의장도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문 의장은 야당 출신 부의장들을 설득하지 않고 “두 분이 가지 않는다면 나도 안 가겠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이날 언론에 따르면 문 의장 측은 처음부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문 의장은 취임 후 통일부 고위 공무원을 통일특보로 국회의장실에 파견받는 등 남북 국회회담 추진에 적극적이었다. 문 의장은 주위에 “국회의장이 (대통령이 가는) 남북 정상회담에 따라가는 건 마치 들러리로 보이기 때문에 따로 가겠다”는 말을 종종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의 공개 제안에 대해서도 “입법부 수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한 매체에 “문 의장이 직간접적으로 국회 주도의 남북 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는데 청와대가 이를 무시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무례하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는 평상시와 달리 대변인이 아니라 비서실장이 직접 발표하는 성의도 보였다. 국회의 격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임 실장은 “이런 논의를 할 때마다 국회가 정상회담을 수행하는 게 맞느냐는 얘기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별도의 국회·정당 특별대표단을 구성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입법부가 대통령의 공식 일정 수행원처럼 비치지 않게 최대한 예우를 갖춰 방북 동행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청와대의 제안으로 인한 표면적인 파장은 예상보다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방북 거부 의사를 밝혔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청와대의 방북 초청 의도를 문제 삼으며 더욱 거세게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민주당과 평화민주당·정의당은 범보수 여권의 방북 동참을 촉구하면서 벌써 대치 전선을 그릴 조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시점에 초청하는 게 또 다른 정쟁의 불씨가 되는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중히 초청 뜻을 밝힌 것으로 받아주시기를 기대하며 정쟁으로 번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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