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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칼럼] 고추의 아메리카 이야기

우리는 흔히 “작은 고추가 더 맵다”라는 표현을 쓴다. 덩치가 작은 사람이 야무지고 똑똑한 경우에 주로 쓴다. 우리의 체구가 서양인들과 비교해서 작아서 그런 표현을 통해 우리가 밀릴 것이 없다는 점을 나타내려고 하는 경우에도 쓰기도 한다. 좌우간 진짜로 작은 고추가 더 맵다는 것은 사실일까. 실제로 작은 고추가 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면 “작은 고추가 더 맵다”라는 표현이 세종대왕 시절에도 있었을까. 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때이니까 16세기 말이나 되어서의 일이다. 임진왜란 이전에는 우리나라에 고추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세종대왕 때에는 고추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고추가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전통적인 양념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만큼 고추는 한국인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추 원산지는 아메리카 대륙, 그중 특히 멕시코 동북부 지방이라는 것이 정설이며, 이 정설에 반대하며 아시아에서도 자생했었다고 주장하는 소수의 사람도 있다. 지금도 멕시코의 원주민 가정에서는 커다란 고추를 엮어서 처마 밑에 걸어 놓은 것을 보고 있노라면 멕시코가 고추의 원산지라는 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수의 정설에 따르면 아메리카 이외의 사람이 고추를 처음 본 것은 역시 콜럼버스 일행이다. 콜럼버스 일행이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항로를 발견했을 때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한 신기한 물건 중에 고추도 있었다. 콜럼버스의 1차 원정 때 그의 일행이 고추를 가지고 스페인으로 귀환했지만, 도중에 고추를 잃어버려 그때 즉시 유럽에 전달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지금의 브라질 땅을 차지한 포르투갈 사람들이 브라질 땅에서 고추를 발견하고 유럽에 퍼뜨려 유럽인의 음식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유럽에 퍼진 고추는 점차 중동 지방과 인도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도 전해지고 우리나라에도 임진왜란 때 도입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말의 ‘고추’라는 단어는 한자로 ‘고초(苦椒)’라고 하던 것이 발음이 다소 변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고초란 쓴맛의 향료라는 뜻이다. 중국어로는 랄초(剌椒)라고 하는데, 매운 향료라는 뜻이다. 어쩌면 중국의 랄초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좌우간 ‘고추’라는 말은 본래의 순순한 우리말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영어로는 고추를 표현하는 단어가 여러 개가 있다. Hot Pepper, Red Pepper, Chili Pepper 등이 고추를 의미하는 단어들인데, 모두 후추를 뜻하는 Pepper를 붙여 맵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으나, 고추는 후추와는 아주 거리가 먼 작물이다. 칠레(Chile)라는 나라는 국토가 길쭉하게 고추 열매의 모양을 한 형태여서 칠레의 국명이 고추(Chili)에서 온 것이 아닌가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칠레의 국명과 고추의 이름과는 서로 별로 관련이 없다. 참고로 칠레라는 국명은 칠레 원주민들이 지금의 지역을 칠레라고 부르던 것이 그대로 전해 내려온 것이다.

고추는 그 매운맛을 상징으로 삼는다. 고추의 매운맛은 ‘캡사이신’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보아 고추가 매운맛을 내는 것을 스스로 보호하고 종자를 퍼뜨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진화한 것이라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고추의 매운맛을 포유류 동물은 매우 강하게 느끼지만, 조류 혹은 파충류 동물은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포유류 동물은 열매를 먹으면 씨앗까지 부수어 먹기 때문에 씨앗이 퍼질 기회를 주지 않지만, 조류나 파충류가 열매를 먹으면, 씨앗은 배설물에 섞여 나오므로 씨앗이 퍼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고추는 포유류 동물에게는 매운맛을 보여 주어 못 먹게 만들고, 조류나 파충류 동물에게만 먹을 수 있는 매운맛을 고추 스스로가 개발했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매운맛 때문에 고추에는 벌레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고추 열매를 먹는 벌레가 상당히 많은 사실을 보면 벌레들은 고추의 매운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전 세계 각국의 고추 생산량으로 따지면, 중국이 16%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그 뒤를 멕시코, 터키, 인도네시아 순으로 이어지고, 한국과 미국은 1% 정도의 생산량으로 7, 8위를 타투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한국이 1위일 것 같은데, 7, 8위에 있다는 것과 별로 고추를 먹을 일이 없는 미국도 7, 8위에 랭크되어있다는 것이 매우 의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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