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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물고기 잡는 통발

내 골프 파트너인 J형은 집에 연못을 만들어 놓았는데, 붕어도 기르지만, 연못이나 냇물에서 물고기를 잡아다 연못에 길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발을 만들어 냇물에 넣어 보았는데, 고기가 안 잡힌다고 했다.

“그래요? 잘 잡히던데!”

문득, 작년 여름 일이 생각났다. 월요 등산 대원들이 레이니어 호수에서 여름 피크닉을 할 때 맑은 물에 수영하다가많은 고기를 보았다. 재미로 물고기들을 잡아 보자고, 플라스틱 통에 비닐을 덮어 고무줄로 고정시켰다. 비닐 가운에 구멍을 만들었다. 된장을 통속에 넣고 통을 물속에 놓았다. 어려서 시골 강가에 살며 그렇게 물고기를 잡던 추억을 은퇴 노인들이 실험했다.

“야 이 물고기들 봐! 모랫바닥이 득실대는 물고기들로 안보이네!” 물속에 있는 우리 주위로 물고기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얘들 한국 된장 억수로 좋아하네!” 내 넓적다리와 종아리에 물고기들이 건드리는 감각이 왔다. 아마도 털을 먹이로 알고 건드리는 모양이었다.



플라스틱 통을 들어 올리니 가운뎃손가락만 한 물고기 두 마리가 요동쳤다. 물고기를 손바닥 위에 놓으니 파닥거리다 물로 떨어졌다. 우리 얼굴엔 어릴 때 천진한 웃음이 찾아왔다.

비 오는 오후 창밖을 바라보다가, J형의 말, 연못에 물고기를 기르고 싶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내가 버리지 않은 플라스틱 김치 통을 찾아보았다. 지름이 19센티 높이가 17센티 김치 통이 있었다. 고기 잡는 통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름 10센티 음식점 투고 통을 4센티 깊이로 밑바닥을 떼버리고, 큰 김치 통 뚜껑에 구멍을 뚫어 작은 통을 집어넣고고정했다. 큰 김치 통 뚜껑 안쪽에 밑바닥 없는 작은 플라스틱 통이 달린 모양으로 통발 완성. 노끈을 손잡이에 달았다.

금요일 J 형과 둘이서 골프 칠 때 통발을 보여주었다. 두 80대 노인들의 얼굴에 초등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의 즐거운 웃음과 호기심이 찾아왔다. 골프를 치다가, 연못가에 가서 통발을 물속에 넣을 준비를 했다. 먼저 된장을 통발의 뚜껑 주위와 작은 통에 발랐다. 고기들이 그쪽으로 해서 안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했다. 통발 안에는 된장과 과자를 부셔 넣었다. 통에 물을 담고, 던지니, 통발이 뜬다. 아, 돌을 넣어야겠네, 통발이 가라앉게. 우린 돌을 찾아 넣고 물을 더 채우고, 무거워진 통발을 J형이 작대기로 작은 연못 가운데로 밀었다. 어린 날의 열정과 호기심이 되살아난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통발 가봐야지!” 9홀골프치고 J형이 말했다. 나 역시 궁금했다. 골프 치면서 냇물을 보았다. 물고기가 안 보였다. 어젯밤 기온이 50도 정도, 낮 기온이 70도. 연못 물이 더워지려면 시간이 걸리고, 변온 동물인 물고기들이 찬 물에서는활동을 하지 않는데, 오늘 실험은 불발탄 같이 느꼈다.

“18홀 다 끝나고 가봐요. 아무래도 오늘은 안 잡힐 거 같아요. 물이 차서 물고기들이 활동을 안 하네요.”

드디어 골프가 끝나고 우리 둘은 연못가로 카트를 타고 달려갔다. 통발 노끈을 잡아 당겼다. 통발이 천천히 물가로 나왔다. 통발 안에 물이 흐려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고기는 없는 것 같았다. 다닥다닥 소리가 들렸지만 그건 돌이 부딪치는 소리로 역기 고기는 없었다.

“통발을 가져왔어요. 된장도 고소한 깨소금도 가져왔으니 고기들이 많이 잡힐 겁니다.” 다음 주 그가 말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가 된 우린 통발을 골프장 연못 다리 밑에 놓았다. 5월 초순, 오늘도 기온이 70도 정도, 물 기온은 그것보다 낮을 것이다.

골프 끝나고 다리 밑에 가서 그가 통발을 올렸다. 통발 뚜껑을 연 그는 놀라 소리쳤다. “에이, 이게 뭐야! 자라야 거북이야!” 그는 주먹만 한 거북이를 골프채로 통발에서 끌어냈다. 물가 언덕에 떨어진 거북은 물로 텀부렁 도망쳤다.

“야, 또 한 마리가 있네!” 통발 속에는 같은 크기의 거북이 있었다. 그는 통발을 엎어서 물가에 털었다. 거북은 물에 떨어져 도망쳤다. 하하하, 허허허, 어린 시절 추억의 연장선에 새로운 에피소드 하나를 더하며 우린 즐겁지만 좀 서운해서 웃었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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