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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르포] '귀넷 주택경매 현장을 가다'

부동산침체로 경매시장도 찬바람
"경쟁줄어 오히려 기회"

지난 4일 오전 10시께 로렌스빌에 있는 귀넷카운티 법원 앞.
이곳에서는 매월 첫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택 경매가 열린다.
수북한 서류 뭉치를 들고 있는 20여명의 변호사와 로펌 직원들, 그리고 수 십 명의 투자자들이 여기 저기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다. 가정 주부로 보이는 여성도 눈에 띄었다. 한 한인은 "부동산 시장의 돌아가는 현황을 공부할 겸 처음 나왔다"며 "아직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현장에 동행했던 임성소 애틀랜타 한인부동산협회장은 "8, 9개월 전만 해도 여기 경매장이 대단히 활발했지만 요즘에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에쿼티가 떨어지면서 경매보다는 은행과 직거래가 더 인기"라며 "지금 입찰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전문 투자자들"이라고 말했다.

한 입찰자 중 한 명은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면서 경매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오히려 낙찰가와 입찰 경쟁률이 줄었다는 의미에서 좋은 투자 기회가 되지 않겠냐"며 되묻는다.



카운티에서 열리는 경매는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열리는 다른 경매 방식과는 다르다. 다른 사설 경매와는 달리 구매 즉시 주택값을 모두 지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날 카운티 경매장에는 모기지 은행들이 의뢰한 각 법률회사 관계자들이 각자 원하는 지점에 서서 갖고 있는 매물에 대한 정보를 읽어 내려간다. 이 때 입찰자들은 미리 수집해 온 정보를 토대로 입찰 경쟁에 가담한다. 입찰자가 전혀 없는 매물도 수두룩했다. 대부분이 남은 모기지 상환금이 높거나 시세와 별 차익이 없는 것들이다. 이렇게 유찰된 매물은 다시 해당 모기지 은행이 맡아 처리하게 된다.

이날 경매장에 나온 매물은 약 600여채 정도. '스나이더 로펌' 소속의 드렉 하디그리 변호사는 "이곳 경매장에 나온 매물 중 약 90%는 4개의 로펌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오늘 가져 온 주택은 260여채"라고 말했다. 오후 12시까지 그가 8명의 직원들과 팔아 치운 주택은 180여채에 달했다.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디그리 변호사는 "지난달에 330채를 판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나온 차압주택 중 한인이 소유주인 매물도 눈에 띄었다. 둘루스에 있는 김모씨가 소유했던 주택은 이날 약 19만6000달러에 나왔지만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임 회장은 "이런 주택은 에쿼티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아예 보지도 않는 것"이라며 "2006년도 주택가격이 최고치일 때 샀으니 지금은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로렌스빌에 있는 한인 이 모씨의 주택도 약 17만9000달러에 나왔지만 결국 유찰됐다. 이 주택의 경우 남은 모기지만 18만1000달러였다.
오후 12시 10분께. 경매장 귀퉁이에서 뜨거운 입찰 경쟁이 벌어졌다. 스와니에 있는 입찰 주택의 시작가는 3만2000달러. 한 주부를 포함한 대 여섯 명의 투자자들이 100~500달러를 올려가며 경쟁이 시작됐다. 결국 한 미국인 주부가 낙찰가 5만7900달러에 새 주인이 됐다. 한 투자자는 "이 주택의 가치는 10만 달러 이상이었다"며 아쉬워했다.

또 다시 한 쪽에서 입찰경쟁이 붙었다. 스넬빌에 있는 한 주택의 시작가는 2만7000달러. 이 주택은 4만8700달러애 낙찰됐다.
임 회장은 "경매장에 가면 프로와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있기 마련인데 프로는 시작부터가 다르다"고 말했다.

"저기 빨간색 점퍼를 입고 있는 미국인 보이시지요? 저 사람 같은 경우엔 프로 중에 프로이지요. 10여 년간 차압주택 투자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에요."
'빨간 점퍼'의 투자자는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긴장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아마추어' 투자자들과는 표정부터 다르다. 한 손에는 뽑아 놓은 주택 목록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들고 여유롭게 즐기는 듯 하다. 데이빗 니콜슨 씨는 차압주택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업체인 '니콜노트'의 공동 대표다. 니콜슨씨는 "오늘은 20채 정도의 리스트를 뽑아왔다"며 "이 중 6~7채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를 돕는 직원만 8명이 함께 나와 입찰에 참여했다.

차압 주택에 투자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일정 기간 렌트를 줬다가 적당한 구매자가 나오면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판매 시장이 예전 같지 않아요. 그래도 지금 잘 사 놓으면 시장이 다시 살아날 때 좋은 값에 팔 수 있지요. 이달에도 집 두 채를 팔았는데 모두 지난 7월과 8월 이 경매를 통해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니콜슨 씨는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둔화됐을 때는 가치를 판단하기 힘들다"며 "이럴 때 시장을 잘 아는 현명한 입찰자가 될 수 있다면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동산협회의 임 회장도 "차압주택 투자의 프로는 철저한 조사와 신중함이 병행 되야 한다"며 "주위 여건에 휩쓸려서 시작하는 투자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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