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도태환 칼럼] 옥토버 서프라이즈

시카고에 살다 한국으로 돌아간 선배 한 분이 며칠 전 시카고를 다시 찾았다. 7일 열리는 시카고 마라톤 참가가 이유였다. 지난해 신청을 했고 추첨을 통해 참가할 수 있었다며 반환점까지는 잘 달릴 수 있겠는데 그 다음이 걱정이라고 했다.
그날 기온은 마라톤 하기에 적당한 듯 한데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올 가능성이 있나 보다. 어차피 땀으로 범벅이 될 터, 그것도 괜찮다 싶다.

10월은 좋다. 한국서는 휴일이 많아 ‘빨간 달, 썩은 달’이라는 별칭도 있었다. 올해는 비껴갔지만 추석 보름달은 대체로 10월에 뜬다. 1일 국군의 날로 시작되어 3일 개천절, 9일 한글날 등 각종 기념일과 공휴일이 이어져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날까지 나열하면 5일은 세계 한인의 날이고 8일은 재향군인의 날이다. 15일은 체육의 날, 20일은 문화의 날, 21일은 경찰의 날, 24일은 국제연합일, 25일은 독도의 날, 29일은 지방자치의 날, 30일은 금융의 날이다.

한국이나 여기 시카고나 10월의 하늘은 높고 청명한 날이 많기로는 마찬가지인데 왜 한국은 10월에 그 많은 기념일이 몰려 있는 걸까. 미국은 콜럼버스 데이와 10월 마지막 날의 핼로윈 외에는 다른 달에 비해 기념일이 오히려 적다. 좋은 날에 놀자는 개념과 날이 좋은 것 만으로도 넘친다는 인식, 그 차이가 아닌가 나름 추측한다.



조상들이 상달(上달)이라고 해서 열두 달 중 으뜸으로 친 10월은 음력이다. 양력으로 11월을 가장 좋은 달로 여겼다는 의미인데 각종 농작물의 추수가 끝나고 농한기에 접어드는 시기가 민가에서는 고사떡을 만들어 돌리고 나라에서는 한해 농사지은 것에 감사하는 제천의식을 거행하기에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11월을 어찌 10월과 비교할 수 있겠나 싶다. 수확은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 지고 적어도 먹을 것은 풍족한 시대에 날 좋은 양력 10월이 마땅히 상달의 자리에 올라야 한다.

10월을 상달의 반열에 올려야 하는 이유는 가을 편지의 인사말에도 담겨있다. 결실의 계절, 수확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뜨겁게 땀 흘린 여름이 보답 받는 계절이고 되돌아 보면서 잠시 침잠하기에도 좋은 때다. 아침 저녁 차가운 공기는 커피 맛을 살린다.

시카고의 10월은 펌킨으로부터 온다. 사과 과수원들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 마을들은 옥토버페스트 현수막을 내건다. 낮은 조금 짧아졌지만 귀가를 서두를 만큼은 아니다. 씨뿌린 것 없어도 뭔가 거둘 것이 있는 것 같은 기분, 그 느낌도 좋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란 게 있다. 11월 초에 오는 대선과 중간선거 직전 당선이 유력한 후보에 타격을 주는 사건이나 비리 등이 터져 나오는 일이 많아 생겨난 표현이다. 2년 또는 4년을 준비해 맞는 선거에서 10월은 마지막 고비인 셈이다. 후보들은 긴장하겠지만 일반인들은 ‘갑’의 위치를 즐긴다. 10월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시카고 한인사회도 2개의 단체가 10월 27일을 조기투표의 날로 정해 한인 유권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3주 후 쯤의 일이다. 후보들이 분주한 만큼 다이나믹하다.

하늘은 마라톤 종착점 만큼 멀다.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거리, 그 아련함을 향해 뛰거나 걷는 사람들.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적당한 긴장을 준다. 시월이 막 시작됐다. <편집국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