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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도예가 우향 김두선 “실패가 스승”

30일까지 H마트서 전시회

“흙아 흙아 너는 나를 속이지 않는구나….”

7년만에 시카고를 찾은 분청사기 도예가 우향 김두선(76·사진) 선생은 도자기를 다독이며 이렇게 혼잣말로 되뇌었다.

김두선 선생은 경주에서 올해로 43년째 ‘서라벌요’ 공방을 운영하며 제자 육성을 비롯해 작품 및 생활 도자기를 구워내고 있다.

대를 이어 도예가로 활동하는 김 선생은 일본에서 태어났다. 일제시대 도예공이었던 부친이 히로시마로 끌려갔으나 1945년 해방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몇년 뒤 갑자기 부친이 세상을 뜨면서 5남매의 소녀 가장으로 ‘살기 위해’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손재주로 도자기를 굽기 시작했다.



김두선 선생은 “어깨 넘어로 도자기 굽는 것을 배웠다”며 “10대 후반인 딸에게 물려준 것은 손재주와 동생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에는 살기위해 도자기를 구웠지만 손재주가 남다른지 내가 구운 도자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도자기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도 많아져 부산에 학원을 세웠다. 그 때가 20대 중반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30대 때부터 경주의 ‘서라벌요’ 공방에서 도자기를 구워내고 있다.

최근까지 김두향 선생의 도자기 굽는 모습이 TV의 애국가 배경 화면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는 “도자기 하나에 내 삶과 혼이 들어있다”며 “수업이 실패를 거듭하면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스승이 나타났다. 네가 하는데 내가 못 할 게 뭐 있나 다짐하며 40여년을 도자기만 구웠다. 실패가 내 스승이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이란 남의 것을 보는 게 아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내용이 하나하나 살아 움직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향 김두선 선생의 분청사기에는 작품성과 함께 그의 어린시절 삶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그윽한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미술대상전 대상과 전통공예대전 대상, 전통미술대전 문화상에 이어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다. 오사카·도쿄 등 일본, 시카고를 비롯한 뉴욕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영국과 브라질 등 세계 76개국에서 초청 전시회를 개최했다.

김 선생이 좋하는 도자기 중에 하나가 촛대다. 그는 “고향의 흙이 예술가의 손을 통해 불을 밝히고 따스함과 은은함이 몸과 마음으로 전해지는데 쓰여 촛대가 좋다”며 “번잡하고 차가운 도시 생활에서 고향과 같은 늘 아늑한 불빛이 촛대를 통해 전달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깊은 산 속 폭포수 근처에서 흙을 얻는다”며 “도자기와 이야기를 한다. 1300도의 불에 구워진 도자기는 나뿐만 아니라 마음이 통하면 누구와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음식을 담은 도자기와 대화를 나누면 더 큰 건강이 내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생은 “오랫만에 시카고에 왔다. 내 도자기를 좋아하는 분들을 다시 만나 반갑고 감사하다”며 “이민생활이 쉽지 않다. 40여년을 도자기를 빚으며 고통스럽고 빚더미에 앉은 적도 있었다. 내가 살아있고 건강하며 열심히 살면 그것으로 괜찮다. 한인들 모두 건강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향 김두선 작품 전시회 및 생활 도자기전은 30일까지 나일스와 네이퍼빌 수퍼H마트에서 열린다. 전시장에서 도자기를 구입할 수 있다. 문의=847-208-5021. 임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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