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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는 ‘저예산 대중영화’… 친숙한 소재로 상상적 현실 끌어내는 작품 만들고 싶어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 초청작 '고스톱 살인'의 김준권 감독 인터뷰

작품성 있는 아시안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은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Asian Film Festival of Dallas, AFFD)가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달라스 마킹버드 스테이션(Mockingbird Station)에 위치한 안젤리카 필름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아시아 영화와 아시아계 미국 영화들이 초청되어 상영된 이 영화제는 올해로 열 세번째를 맞아 열띤 영화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한국을 비롯 중국, 일본, 필리핀, 대만, 인도 등 작품성 있는 영화 감독들과 제작인, 배우 등이 참여해서 명실공히 뿌리깊은 영화제로서의 품격을 더했다.

AFFD 집행위원장인 앨리샤 장(Alicia Chang)은 “해마다 보석같은 아시안 영화들을 발굴하기 위해 우리 주최측은 많은 노력을 해왔다. 올해도 예외없이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보여주기 힘든 특별한 만족과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해준 영화들이 출전돼서 매우 기쁘다”며 강한 자부심을 보여주었다.

그런 보석 같은 영화들 중에는 한국 영화도 8편이 끼어있다. 한국서 천 만명 이상의 관객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변호인’을 비롯해서 올해 밀라노 국제영화제 대상 등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영화 ‘봄', '역린', '고스톱 살인', '고령화 가족',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등이다.



이들 영화 중 ‘고스톱 살인’을 연출한 김준권 감독이 달라스에 초청되어 왔다.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와 갤러리, 음식점 등이 모여있는 안젤리카 필름센터에서 영화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준권 감독을 만났다.


-한국감독 중 유일하게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에 초대된 소감은.
"워낙 한국적 색채가 강한 소재여서 해외영화제는 생각도 안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홍보웹사이트에 올려준 내 영화를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측에서 관심있게 보고 초대했고 영진위의 후원으로 달라스에 오게 됐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보내고 있다.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아시안 필름 메이커들이 모두 모여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해외영화제에 초대된 경력이 많은데.
"초기 단편영화들은 LA국제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초청해주었다. 첫 장편인 영화 ‘고스톱 살인사건’은 부산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초청 상영되었고 이번에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에서 불러준 것이다."

-달라스에서 본인의 영화를 상영한 느낌은.
"내 영화는 시골에서 벌어지는 소시민의 이야기다. 달라스 영화제의 성격이 LA나 뉴욕보다 규모는 작지만 가족적이고 따뜻하다. 그런 면에서 이곳에서 내 영화가 상영되는게 잘 맞는 것 같다. 소박하지만 이 영화제를 운영하는 스텝들은 모두 뉴욕, 엘에이 등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쟁쟁한 영화인들이어서 놀랐다. 이들이 달라스에서 아시안 영화제에 관심을 갖고 13년째 일을 해 온 것이 참 독특하다. 함께 호텔에서 숙박하며 친해진 영화인들도 참 좋다. 대부분 나처럼 영화 몇 편 만들고 이제 갓 영화계에 입문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통하는 것도 많고 재미있다. 여기 영화인들이랑 캐롤튼 한인타운도 방문했고 야구경기도 보러갔다. 동부나 LA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 재미있고 매력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이번 영화제에서의 관객들 반응은.
"고스톱 룰이 있고 한국적 상황이 많은 내 영화가 외국인들에게 전달이 될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한국인들이 보여주는 반응과 다르지 않아 놀랐다. 사실 이 영화는 고스톱 룰을 잘 몰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는 자막으로 최소한의 상황(고스톱은 세 명이 치는 게임이다. 점수가 나면 고를 하거나 스톱을 해야 한다 등)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타문화인들도 충분히 공감하는 것에 대해 즐겁다."

-한국 상영땐 어땠나.
"올해 5월 서울과 지방 극장 세 군데서 상영됐는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루에 딱 한 번, 그것도 매일이 아닌 일주일에 몇 일 정해진 시간만 상영되는 저예산 독립영화의 특성상 히트를 친 건 아니어도 영화인들과 일반 매니아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다. 저예산으로 만들었지만 순수 예술성을 고집하기보단 대중적인 친밀함과 호응을 기대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 영화는 독립영화라기보다는 저예산 대중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살인의 소재로 고스톱 선택한 것이 독특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고스톱을 가장 일상적이고 친근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삶의 현장감을 주는 소재여야 ‘살인’이라는 주제가 더 선명하게 다가올 거라 기대했다."

-살인이 주제인데 공포스럽지 않고 오히려 코믹한 이유는.
"웃기려고 의도한 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정말 진지하게 표현하고자 했던 장면에서 사람들이 웃는 걸 많이 보았다. 어쩌면 그걸 또 의도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고스톱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는 법칙을 발견해서 살인을 하려는 공포스런 이야기로 흐르는데 어떻게 해도 살인이 이뤄지지 않는다. 거기서 공포대신 웃음이 나오는 것 같다. 세상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는 걸 나타내고 싶었다. 결국 살인에 대한 생각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을 관객들은 알 수 있게 된다."

-LA 칼아츠(Cal Arts)에서 공부했다던데.
"디즈니 영화로 잘 알려진 칼아츠는 연극과 영화가 통합된 커리큘럼으로 유명하다. 디즈니 영화의 캐릭터들이 리얼하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애미네이터 역시 연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학교측 교육방침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연출과 학생이라도 입학조건에 연기를 직접 한 필름을 보내야하고, 처음 1년동안 연기를 실전에서 익히고 경험하는 교육과정으로 되어있다. 연세대 영문과 재학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연기를 한 경험이 있지만 연기실력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연극이나 뮤지컬도 매력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영화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야말로 많은 기법을 이용해서 대중을 강력하게 빨아들이는 강력한 흡입력이 있는 매체이다."

-앞으로도 판타지 장르를 고집할 계획인가.
"워낙 판타지 장르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과 호기심을 일으키면서 영화 속 캐릭터들을 좋아하고 그들을 따라가면서 환상적인 세계를 즐기길 원한다. 너무 심각한 주제는 오히려 편하고 대중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난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이거니까 이렇게 봐주라고 직접적으로 어필하는 유형이 아니다. 굉장히 쑥스러워하고 소심한 편이어서 직접적이진 않지만 사람들에게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영화속 여기 저기에 장치들을 해 놓는다. 고스톱 살인사건도 그렇고 앞으로도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들 것이다."

-판타지 장르가 한국인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판타지는 한국 영화계에선 약한 장르로 성공한 사례도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일본영화는 꽤 많고 수준도 있다. 초현실적인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상 잘 안 먹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리얼한 것, 보다 생생한 현실을 담은 영화를 좋아하는 경향이 많다. 내가 추구하는 장르와 가장 흡사한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2003년, 장준환감독 데뷔작)였는데 이 영화 또한 좋은 영화였지만 흥행하진 못했다. 거기까지가 이 장르의 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장르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장르이니만큼 힘들어도 갈 것이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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