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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벌레의 죽음

김윤회 / 공부습관 예스클래스 러닝센터 원장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가 쓴 수필 ‘슬견설’은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어느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사람들이 동물을 몽둥이로 죽이는 광경을 봅니다. 그리고는 그것이 너무 참혹해서 앞으로는 동물들의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어떤 사람이 화롯가에 앉아 이를 잡아 죽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앞으로는 벌레를 죽이지 않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나그네는 자기는 큰 동물이 죽는 것을 보고 불쌍해서 말했는데 벌레의 죽음을 거기에 비유하니 자기를 놀리는 것이 아니냐고 따집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꾸합니다.

“어느 것의 죽음이 가치 없는 것이 있겠습니까? 생명이 있는 것은 그것이 크든 작든 모두 살기를 원합니다. 그러니 큰 동물과 작은 벌레의 죽음은 같은 겁니다. 당신이 달팽이의 뿔과 소의 뿔을 같게 보고 메추리를 대붕과 동일시 한 이후에 당신과 도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글의 작가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소중하며 외형보다는 본질을 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있습니다. 나그네는 효용성이나 인간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여튼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데도 다른 잣대가 적용되곤 합니다. 성별에 따라, 인종에 따라, 신분이나 경제적 지위에 따라 다르게 평가하는 겁니다. 이런 생각에서부터 차별이 시작됩니다. 참으로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은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 인종에 대한 차별과 그로 인한 갈등의 모습들을 종종 뉴스에서 접하게 됩니다.

하긴 모든 인격에 평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어려운가 봅니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했던 사람들에게서 이중적인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노동자의 경제적 평등을 주창했던 마르크스는 자기의 하녀에게 독재적인 주인으로 군림했고, 인도의 독립을 위해 평생 헌신했던 간디도 신분제도의 폐지에는 반대했습니다. 홍길동전을 통해 적서차별의 철폐를 주장했던 허균은 서자들이 노비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에 분노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노비는 평등한 인격의 대상이 아니었던 겁니다.

우리 아이가 어떤 가치를 갖고 세상과 인간을 판단하느냐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기준이 생명의 본질에 있는지, 외형이나 효용성에 있는지에 대한 말입니다. 그에 따라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평등할 수도 있고, 편협할 수도 있습니다. 벌레와 동물도 인간처럼 소중할 수 있고, 인격을 벌레나 동물처럼 하찮게 보기도 합니다. 아이의 가치관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부모님입니다. 부모님이 보는 세상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문의: 703-314-2899, yesclassv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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