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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헌법, 미국 헌법

나는 2003년 한국 한동대가 국제법률대학원을 시작할 때 ‘한국 헌법과 미국 헌법의 비교’라는 과목을 가르친 적이 있다.

3년 과정으로 되어있는 이 대학원을 졸업한 학생은 미국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 한국의 유일한 미국법률대학원이다. 그동안 250여 명 미국변호사가 이 대학원을 통해 배출됐다.

이때 미국 헌법이 담고 있는 몇가지 특징을 알게 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헌법 본문이 1789년 제헌 헌법이 공표된 이후 2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헌법 본문은 대통령 중심제의 자유민주공화국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본문은 어떤 정변 사태에도 변할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 전통을 221년간 지켜오고 있다. 전체 7조로 되어있는 미국 헌법의 전장은 1776년에 선포된 독립선언서에 근거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개인의 자유, 정의, 평화, 복지를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 후 제4대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은 헌법 본문이 국가의 권력은 잘 대변하고 있으나 시민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않고 있음을 감안, 헌법역사상 최초로 10개의 헌법수정안을 헌법개정 절차에 따라 통과시킨 뒤 1791년에 공표했다. 이 수정 헌법이 그 유명한 ‘권리장전’(the Bill of Rights)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헌법 본문을 개헌 내지 수정하지 않고 별도로 수정헌법을 추가해서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한 것이다. ‘권리장전’은 종교,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 청원권한 등 여러 가지 개인의 권리 조항을 담고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2주 전 국회에 보냈다. 대통령의 개정안을 접수한 국회는 60일 안에 여야가 함께 심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 법안은 국회재적 3분의 2이상 출석해 3분의 2이상의 인준을 얻은 뒤 30일 안에 국민투표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문대통령은 오는 6월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선거에 맞추어 이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는 생각을 하고있지만 이는 현시점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문 대통령은 불가능한 이 개헌안을 왜 밀어붙일까?

현행 헌법은 1986년 전두환 정권 때 공표, 1987년 노무현 대통령선거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 이른바 10호 헌법이다. 제 10호는 1948년 7월 12일 제헌 헌법이 공표된 이후 9차례 개헌을 통해 이루어진 개헌 헌법이다. 이 개헌 헌법에 따라 노태우 대통령은 국민직선제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현행 9호 헌법은 1910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서의 정신을 기초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자유민주주의 체재를 정체성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헌법개정은 미국의 경우처럼 수정헌법의 방법을 취하지 않고 헌법 전체를 바꾸는 개헌 절차를 따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된다면 이 헌법은 11호 헌법이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의안가운데 주목할 만한 대목은 국민대신에 사람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삭제된 민주주의로 표시한 대목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지만 단순한 민주주의에서는 이런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논리가 학자들간에 분분하다. 국민을 사람으로 대치한 것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현행 헌법의 자유민주정신을 저버린 처사라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


허종욱 / 버지니아워싱턴대교수·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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