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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불꽃, 한국의 춤문화유산' LA공연 리뷰] 춤꾼은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

공연은 기획이다. '공연기획가'라는 직종이 생겨날 정도로 현대 사회에서의 공연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기획력에 의존한다. 한국 공연계에서 기획력이 가장 낙후되어 있는 분야는 무용계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특별히 전통을 중시하는 우리의 무용 풍토는 왠지 현대적 감각과 세련된 공연 기획력이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그러나 공연은 기획물이기 이전에 내용과 작품성에 충실한 공연으로서의 조건을 우선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포장에 해당하는 기획은 내용물이 있고 나서의 일이다. 내용은 충실하지 못한데 포장만 그럴듯하게 입혀서 내어 놓으면 그건 기만행위이나 다름없다. 기획은 본질적으로 흥행에 대한 기대와 상업성을 동반하지만 상업성에 치우치다 보면 예술성이 반감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공연 기획에 있어 '최초'라는 표현은 최고의 상품 가치성을 지닌다.

LA한국문화원의 2018 아리프로젝트의 여섯 번째 공연 '동방의 불꽃, 한국의 춤문화유산'은 본국의 공연기획가 성기숙씨가 기획한 공연이었다. 무용평론가로서 학술담론적 해설을 곁들인, 'LA무대에 최초로 선보이는 중견무용가들의 공연'이라는 키워드로 홍보되어 당연 전통 무용팬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무용자료관 연낙재와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성기숙씨는 이번 공연을 윤덕경(강선영류 태평무), 홍지영(한영숙류 태평무), 윤미라(진쇠춤), 배상복(신명), 김용철(바라춤), 김충한(소고춤), 이애리(승무) 등 7명의 출연진으로 구성했다. 공연전, 한성준의 예맥을 잇는 무용가들이 해외무대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춤은 같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춤꾼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춤은 춤꾼의 혼을 담아 표현해내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기획력과 연출자의 역량에 따라 공연물이 그럴듯하게 포장될 수는 있지만, 춤 작품은 온전히 춤꾼 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관객과 만나는 사람은 기획자나 해설자가 아닌, 오로지 춤꾼 한 사람일 뿐이다. 춤꾼이 외로이 홀로 관객과 만나는 행위야말로 신성한 영역이다.

한성준 춤의 본류들인 한영숙, 강선영은 생존 시 여러 차례 LA에서 공연을 한 바 있고 그들의 수제자 이애주, 박재희 등도 수차례 한성준의 작품들을 공연했기 때문에 LA관객들은 이미 최초가 아닌 최고의 공연을 감상한 경험들이 있다. 감상 수준이 높은 관객들이라는 뜻이다. 영어권 관객을 위한 영어해설도 아닌, 한국어 해설은 진중해야 할 춤꾼과 관객 사이에 겉도는 느낌만 주었다. 전통무용의 해외진출을 다지는 차원에서 오히려 영어권 관객을 위한 배려가 필요했다.

'중견무용가'라는 타이틀 사용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중견이라 함은 중심의 영역에 서서 확연히 중요성을 인정받는 수준을 의미한다. 우리 무용계는 중견이라는 말을 남용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한영숙은 생존시 할아버지 한성준으로부터 춤을 배울 때, 학자들이 얘기하는 이론은 당시 춤 현장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춤 이론의 허구성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의 말대로 춤은 이론이 아니다. 춤은 호흡이며 행위이고 무대 위로 옮겨진 춤꾼의 삶이어야 한다. 전통무용이라 해서 다를 게 없다.

성기숙씨의 '학술담론'은 춤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몫이고 또한 높이 존중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생동감이 넘쳐나야 할 공연 현장에 정작 살아 숨쉬는 숨결과 작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한영숙의 지적대로 학자들의 담론이란 허구에 불과하다. 한국 춤 계의 아카데미즘은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담론은 소통이다. 춤꾼은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춤공연 기획의 시작점이다.


이병임 /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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