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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도 고치기 힘든 '나쁜 습관' [황세희 박사의 '몸&맘']

"자기 몸 관리도 못하면서 환자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엘리트 의사의 길을 걸어온 S씨(61) 누나의 애타는 푸념이다. 첨단 현대의학의 진수를 펼치는 자신의 의술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한 S씨. 과음과 흡연이 혈관에 직격탄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는 말술과 줄담배를 즐겼다. 경쟁적인 성격과 인명을 다루면서 초래되는 긴장감을 젊은 시절부터 술·담배로 해소해 온 탓이다.

10년 전, 그는 혈압도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일부터는 일도, 술·담배도 조금씩 줄여야지'란 다짐을 수없이 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내일부터 … '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3년 전, S씨는 진료실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의식불명에 반신 마비로 시작한 투병생활은 1년 반을 끌었다. 다행히 병세는 기적처럼 좋아져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다. 오랜 투병 생활은 소득도 있었다. 금연과 금주가 자연스레 이루어졌고 재활치료로 시작된 맞춤 운동도 당연한 하루 일과가 됐다. 안타깝게도 새로 익힌 건강 습관은 오래가지 못했다.

병원 업무를 시작한 반 년 뒤부터 한두 개비, 한두 잔으로 시작된 흡연과 음주는 두 달이 넘으면서 발병 전 정량을 되찾았다. 그는 매번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비단 S씨뿐이랴. 폐 질환 명의였던 H교수는 줄담배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결국 폐암으로 사망했고, 간 질환 명의인 K교수의 과음 습관은 그의 명성만큼이나 유명하다. 또 대장암 수술의 권위자인 P교수의 비만도 심각하다.(그가 대장암 급증의 원인으로 비만을 지목할 때면 만삭처럼 나온 그의 배에 자꾸 눈길이 간다)

특정 분야에서 남다른 의지를 보이며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도 조절 가능해 보이는 욕망, 몸에 밴 습관 하나를 조절 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본능적 욕구는 태아 때부터 뇌에 각인된 탓에 잠깐만 방심해도 수시로 행동으로 표출된다. 식탐을 못 이겨 비만증으로 고생하는 명의들, 순간의 성욕을 못 참아 정상의 문턱에서 불명예 퇴장하는 명사들의 이야기가 시대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다.

쾌락을 가져오는 습관 역시 일단 뇌에 '유쾌한 느낌'으로 기억되면 중독을 초래한다. 정신의학계에선 이미 20년전부터 알코올(술)과 니코틴(담배)을 코카인·히로뽕 등 다른 마약과 함께 '물질 중독'으로 분류하고 있다. 중독 상태에선 해로운 줄 알아도 결심만으로 벗어나기 힘들며 치료후 재발도 잦다. S씨도 치료된 듯 싶던 술·담배 중독이 재발한 상태다. 지금의 생활이 지속되면 그는 머잖아 또다시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한국 중앙일보 의학전문 기자 출신인 황세희 박사는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 예방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황세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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