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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크로스오버

음악에서 사용되는 '크로스오버'라는 단어는 한 장르에 다른 장르가 접목된 형태를 의미한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콘서트 무대에서 팝 음악이나 유명 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를 부르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재즈 풍의 음반을 출시한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이끄는 월드뮤직 단체인 실크로드 앙상블 역시 각 나라의 전통악기 연주자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내는 이국적이고 독특한 음악을 시도한다.

사회의 가치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예술과 음악 역시 이를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경향들이 뚜렷해진다. 요즘처럼 크로스오버가 유행처럼 번져가기 이전에 이러한 시도를 과감하게 감행했던 인물들이 있었다. 1900년대 중 후반 미국 재즈의 거목이었던 마일스 데이비스는 1970년경 퓨전 재즈를 탄생시켰다. 정통 재즈에 록음악적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시도였다.

볼티모어 심포니의 음악감독이자 오늘날 여성 지휘자의 선두에 선 마린 앨솝은 그의 스승 레너드 번스타인을 가리키며 '민첩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그의 음악적 천재성뿐만 아니라, 시대를 읽어내는 능력과 이를 표현하는 최적의 플랫폼을 개발했던 인물이었음을 말한 것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에 의해 퓨전 재즈가 실험되던 시기 번스타인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바로 '미사(Mass)'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사'는 합창을 동반한 작품 형태로 비발디와 바흐부터 하이든, 모차르트에 이어 베토벤, 로시니, 구노, 슈베르트, 브람스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브리튼, 풀랑에 이르기까지 음악사 전 시대에 걸쳐 작곡되었다. 특히 콘서트용 뿐만 아니라, 일반 성당이나 교회의 절기 음악회로도 연주될 만큼 대중들에게 문턱이 낮은 장르이기도 하다. 미사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정해진 기도문에 곡을 붙인 것인데, 일반적으로 '키리에(불쌍하게 여기소서)' '글로리아(하나님께 영광을)' '크레도(주를 믿습니다)' '상투스-베네딕투스(주는 거룩하신다)' '아뉴스데이(죄를 없애시는 하나님의 어린양)'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번스타인의 '미사'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곡은 거대 인원이 동원된다. 가톨릭 미사라는 틀을 여전히 사용했지만, 그 안에 클래식, 재즈, 록, 팝의 요소를 가미했다. 특수 악기군이 장착된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마칭 밴드, 록 밴드, 어린이 합창단, 두 개의 성인 합창단 그리고 전문 무용수들이 가세한다. 여기에 무대세트, 조명 그리고 관련 음향장치가 필요하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합창과 솔로가 등장하는 '미사'라는 일반적인 음악 형태와는 달리, 이 곡은 세트가 설치된 무대에서 역을 맡은 가수들이 연기를 동반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쉽게 말해, 제목과 구성은 '미사'라는 틀을 갖추었지만, 실제 펼쳐지는 공연은 오페라나 뮤지컬에 조금 더 가깝다.

1971년 워싱턴DC 케네디센터 개관 기념으로 초연된 이 곡은, 첫 연주 이래 지난 7월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 공연에 이르기까지 그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뉴욕타임스는 두 개의 관련 기사를 냈는데, '최악'이었다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악평을 쏟아냈다.

번스타인의 '미사'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 내용과 메시지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신앙적 여정에 깊은 고민에 빠진 한 주교의 관점에서 쓰였다. 주인공은 당시 사회에서 믿음과 영성을 찾기 위한 개개인들의 지속적인 투쟁을 그리는 과정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본능과 쾌락을 따라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 갈등과 붕괴의 당사자가 바로 주인공이다. 번스타인은 이러한 현상을 아주 직접적인 방법으로 표현했다. 관객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나눠지는 이유이다.

마린 앨솝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작곡가는 작품을 통해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제시한다. 번스타인은 '미사'를 통해 당시 사회를 향한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장르를 파괴한 그의 크로스오버는 그로부터 4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여전히 논란의 실험대 위에 놓여 있다.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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