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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의 영원한 제국은 바로 한국

한국 게임 사용자 1억명 … 세계 시장 23.5% 장악
북미·유럽서도 안녕 빨리빨리 채팅 용어로


현실세계에서 한국은 과거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겪은 약소국이었고 현재는 동아시아의 작은 분단국가이다. 그러나 디지털 가상세계에서의 한국은 새로운 로마 제국을 향해 약진하고 있는 강대국이며 문화 종주국이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 후 한국은 디지털 기회지수(DOI) 세계 1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기술 인프라 세계 2위의 국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의 발전을 선도하면서 2005년 현재 세계시장의 23.5%를 장악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북미까지 서비스되고 있는 한국 온라인 게임의 사용자는 2006년 현재 1억 명을 돌파했다.

미국과 일본.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만 온라인 게임은 아직까지 한국이 소비자들의 모든 평가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IDC가 발표한 2004년 중국 온라인게임 매출순위에 따르면 한국 게임은 1위와 2위를 포함하여 상위 10위 안에 5개가 포진하고 있다.

2006년 1월 20일 일본의 웹 머니사가 주최한 온라인 게임상 시상식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은 20개 부문 중 17개를 석권했다.

이 같은 계량적인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의 독창성이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인류의 이야기 예술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게임학(ludology)의 세계적인 석학 에스펜 아세스는 "한국의 다사용자 게임 '리니지'는 게임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간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만들어낼 거대한 사회적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인류사에 존재했던 어떤 이야기 예술과도 다른, 전혀 새로운 서사 패러다임의 이야기를 출현시켰다. 그것은 "사용자(독자)가 1000시간 이상 지속되는 갈등 상황을 스스로 창조하고, 주인공으로 거기에 참여함으로써 사회 정의와 인간적인 자유의 가치를 깨달아간다"는 특이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스토리의 대표적인 사례는 '리니지2'의 바츠해방전쟁에 나타난 바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양적, 질적 우수성은 디지털 가상 세계 안에서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의 상승으로 나타난다.

일본의 사용자들이 한글로 된 온라인 게임이 번역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한국어 사전을 찾아가며 게임을 익히는 관행은 이미 당연한 것이 되었다.

북미와 유럽의 사용자들이 채팅창에서 '안녕(Annong)''사랑해요(sarangheyo)''빨리 빨리(palypaly)' 같은 단어를 너무 많이 쓰기 때문에 이런 단어들은 곧 영어사전에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길드워'처럼 전 세계가 하나의 서버를 사용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한글로 된 아이디가 있어야 고수처럼 보인다. 때문에 우리는 왜 한글로 된 계정을 살 수 없느냐는 미국 사용자들의 불만이 높다.

상위 길드들은 대부분 한국 길드이기 때문에 성취 욕구가 높은 외국인은 한국인들의 길드에 가입하길 원한다. 필자는 전투부대를 조직할 때 파리에 사는 사용자가 한국 사용자에게 구박받는 것을 목격하고 금석지감을 느꼈다.

"넌 한국말도 모르고 무슨 게임을 하냐? 최소한 스킬 이름은 한국말로 외워야지."

그러나 이 같은 디지털 한류를 계속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성공이 근본적으로 우수한 개발력에 있다기보다는 사용자들의 소비력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과 스토리텔링에서 한국의 개발사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개발사들에 비해 기술적인 우위에 있지 못하다. 그래픽의 우수성 역시 한국 개발사 전체의 절대 우위라기보다 최상위의 몇몇 개발사들만이 확보하고 있는 비교우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국 시장의 경쟁력을 키운 소비력 역시 상당 부분 시대적 우연에 근거하고 있다. IMF로 인한 실직과 청년 실업, 높은 전용선 가입 비율과 PC방 문화, 불법 복제로 인한 패키지 게임 시장의 붕괴 등이 그러한 시대적 우연이다.

1990년대 이어령을 비롯한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고 외쳤다. 치열한 노력의 결과 한국은 2006년 현재 정보화를 앞서 가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한국이 단군 이래 처음으로 확보한 디지털 가상세계 최정상의 영광을 지켜나가 위해서는 개발자와 사용자의 차원을 넘어선 국가적 역량의 결집이 필요하다.

글=이인화 교수
취재 및 연구보조=이영수·신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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