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하이커들의 꿈]웨스트 코스트 트레일<2>

조수 때문에 바다 길 3시간 내 통과해야

트레셔 코브에서 컬라이트계곡까지(13km, 10시간 30분)
둘 째날 7월2일


조수 때문에 바다 길 3시간 내 통과해야
10여 km 걷고 캠프 도착하니 발에서는 불이 날 지경




간밤에 철석거리는 파도소리에 시끄러워 잘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따뜻한 침낭 안에서 눈을 떠보니 주위가 너무 조용해 텐트 밖을 내다보니 너무나도 잔잔해진 파도가 마치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는 엄마의 손길같이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온대우림의 해변은 숲에서 떠내려와 그곳에 자리잡은 회색으로 변해버린 그리고 변해가는 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가파른 절벽과 바위, 동그란 돌들이 그 나무들과 어우러져있다.


어느 날이던가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ast trail)을 듣는 순간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모임에 어울려 결국 이곳에 왔다.
걷는 일이야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 동안 매일 꾸준히 한 자전거타기, 수영 등 많은 운동, 그리고 눈 비가 내릴지라도 빠지지 않고 대원들과 22번 이나 그라우스 그라인드에 오른 덕에 다리 힘은 자신이 있었다.


등짐도 자신의 몸무게의 20-30%정도로 꾸려야 하므로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큼 채워 가지고 왔다.
순간 순간마다 부딪치는 장애물에 대한 안전이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시원한 바람을 등에 안고 텐트를 걷고 다시 등짐을 꾸려서 등에 메자 이런 저런 산 속 밖의 일들을 끄집어 생각하니 속가에 미련이 많아진다.
그래 봤자 모래알 같은 많은 상념들이 이곳에선 단지 거추장스런 일들이다.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어제 내려왔던 사다리를 다시 씩씩거리며 올라 선다.
참으로 비경제적이다.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하다니.

갈라지는 길을 만나 북쪽으로 길을 잡아 걷기 시작했다.
이마엔 벌써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무거운 짐을 지고 30분만 산길을 걸으면 땀은 자동으로 나게 되어있다.
산에서는 쌀쌀한 날씨에도 옷을 두껍게 입을 수는 없다.


진흙구간에 많이 피어있는 스컹크 캐비지라는 식물은 무언가 닿으면 고약스런 냄새로 자신을 보호 한단다 절대로 만지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기억 하면서 바라본다.


이번 구간도 그리 만만 하지 않았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그리고 발 밑에 튀어나온 오래 묵은 나무뿌리의 용트림으로 인한 걸림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길에서 나무뿌리는 너무 위험하다.
특히 비 오는 날이거나 습한 날은 단단히 조심하여야 한다.


순간적으로 감각을 키워 밟아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보드워크들이 이빨이 듬성듬성 빠져있어 발 밑을 조심해야겠다.
자투리님이 이야기했던 여러 가지 형태로 부서진 보드워크들이 갈 길에 장애가 되기도 하지만 산행을 재미있게 하기도 했다.

오늘의 갈 길은 13km이다.
구암님의 말대로 부지런이 길을 재촉한다.


진흙구간을 통과할 때마다 예상처럼 질지 않아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웨스트코스트 트레일의 악명높은 진흙탕과 겨뤄보고 싶었는데 섭섭하기까지 하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진행이 너무 빨라서 좋기도 하면서 아쉬운 것은 무엇일까?

숨이 목전까지 차오를 때면 이건 여행이기 이전에 고행에 가깝다는 생각이 앞선다.
무거운 등짐과 동물들과 다름없이 자연에서 배설을 해야 하고, 오로지 먹는 것은 라면과 에너지바에 의존하니 수도자같은 절제와 고행에서 편리함을 벗어 던진 우리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바다로 내려가는 길에서 막 오웬 포인트를 통과해 올라온 지친 모습의 3인의 독일인 가족을 만났다, 20년 전에 남편과 왔었단다.
그리고 4인 가족이 왔는데 그만 아빠는 무릎에 이상이 와 중간에 탈락하고 말았단다.


딸아이의 완주에 대한 고집이 결국 아빠를 대신해서 포기할 수 없다며 계속 하여 이제 5km만 남겨 놓았단다.
더욱 대단한 것은 아들이 불과 9살인데 엄마가 안전을 책임지고 완주시키는 점이다.
이곳은 12살 이상 되어야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어려서부터 강인하게 키우는 서양사람들의 교육에 경탄이 절로 나온다.


바다로 퉁과 하는 길은 타이드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어서 널려진 바위 덩어리를 뛰고 넘고 달리고 해야 한단다.
3시간 안에 바다를 통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예정대로 안전한 산길로 길을 잡았기에 발걸음을 위쪽으로 옮겨 잡았다.


그 옛날에 인디언들이 시더 나무껍질을 이용해서 옷도 만들고 생필품을 조달했다고 하는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 쌓여있는 끝없는 숲길을 걷다 보면 무척 지루한데 그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산과 마음의 대화를 하는 것이다.


지나온 발자국을 하나 둘 뒤로하고 스쳐가는 숲 속의 작고 큰 나무들은 소리없이 그저 서있기만 하지만 그 자태에서 천년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걷다가 고개 들어 그들을 바라보면 우린 이미 그들에게 낮 선 이방인이 되어 버린다.
숲은 항상 그대로 인데 변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숲을 변하게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또 숲에게 압도당한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 아닌가.

캠퍼베이 근처의 크릭에서 케이블카를 만났다.
두 사람씩 타게 되어있는데 중력에 의해서 절반은 공으로 달린다 나머지 절반은 잡아 당겨야 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그리고 또 이제는 너무 눈에 익어버린 익숙한 초록빛 숲. 자세히 들여다보니 밑에는 고사리, 이끼, 핑크 빛의 하얀 꽃이 피는 살랄, 그리고 무수한 나무들. 이트레일에는 대개 시다.
스푸루스,헴록 곳곳에 시트카 스푸루스,허클베리 등이 군락을 이루며 어우러져 살고 있다.


드디어 계곡에 도착했다.
내려다 보니 아찔하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사다리를 만난다.
거의90도 각도로 절벽에 달려있다.
사다리 하나는 나사못이 풀려있는지 몹시도 흔들린다.
그래도 내려가니 좋았다.
계곡도 무척 깊고 넓었다.
힘겨운 사다리를 통과할 때마다 무슨 의식을 치르듯이 한칸 한칸 공들여 온 신경 곤두세워 다리를 밑으로 내린다.


발바닥에 거의 불이 날것 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10시간이 넘는 걸음에 발이 너무도 피곤 하다.
그리고 열 받아서 이젠 식혀주지 않으면 정말 소리지르고 싶을 정도로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1km, 때로는 2km에 걷다가 잠시 쉬고 허기진 뱃속을 간단하게 트레일믹스 종류로 채워주면서 왔다.
계곡을 따라 좁은 길을 따라가니 2번째 캠프가 눈에 들어온다.


사실은 몇 km 더 가서 로간크릭까지 가려고 했는데 날이 저물기 시작해서 이곳으로 왔다.
이곳은 작지만 오붓한 캠프장이다.
미리 도착해있던 영국인 에릭의 가족이 우리를 반긴다.
아버지와 딸, 그리고 딸의 남자 친구 3인이다.
어딘지 어색한 조합이다.
작년에도 이곳 트레일을 다녀간 구암이 너무 아름다운 캠프장이라고 한마디 한다.


그도 이곳은 처음이란다.
한쪽은 절벽이고 다른 쪽은 개울인 이곳은 화장실이 없어라... 그럼 어떻게?..그야 더 편하지 불편함을 표시하는 나에게 동료 대원이 한마디 던진다 숲 속 동물들도 화장실 없어! 우리도 마찬가지로 인간이라는 동물이잖아 답이 나왔다.


서둘러 저녁식사를 준비 한다 식사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부수어 가져온 라면에 알파인 후드가루 그리고 고기가루 물기 없이 짜지 않게 만들어 먹는 게 유일한 식사의 방법이다.
밥 먹는 것은 산행의 가장 큰 기쁨중의 하나다.
식사준비하고 있는데 또 한 그룹의 젊고 늘씬한 서양 여자애들이 나타났다.
젊은이들은 보기만해도 좋다.
바다 바람에 한기가 몰려온다.


모닥불 전문가 길동이 서둘러서 잔 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웠다.
둘러앉아 내일 일정을 이야기하고 나니 나는 어김없이 눈꺼풀이 내려 앉으려 한다.
남자대원 3명은 준비해온 위스키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도저히 참지 못해 이내 텐트로 들어갔다.


성난 파도소리에 텐트가 물에 젖으면 어찌하나 하는 잔 걱정을 하다 그만 잠들고 말았다.


오정례=화이트락, 서광사 한글학교 교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