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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아름다운 마무리

도로에는 차선이 있고 우리 속에는 도덕률이 있다. 우리를 지켜 주는, 우리가 지닌 생명선이다.

나이 40에 거대한 동체의 보잉747에 몸을 싣고 태평양을 넘었다. 또 다른 40이 흘렀다. 번듯하게 내세울 것 하나 없이 무디어진 세월이 아쉬워서 두리번거리다 바람이 들어 찾은 곳이 노인대학이다. 포터랜치의 한 교회의 대학 문을 두드려 붓글씨반에 등록한 '대학생'으로 자부심을 찾는다.

하모니카 등 악기에 몇 번 기웃거려 봤어도 졸업장을 받아 본 일이 없다. 타고난 재질이나 살아온 길이 사뭇 어긋나 있나 보다. 20여 학과에 제일 학생이 적은 붓글씨반이 차분히 마음에 든다.

둘러앉은 이들 누구나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판이 정겨워 자리뜨기가 어렵다. 모두가 민족의 수난을 겪은 사람들이다. 일본의 잔혹한 침탈로 시작된 국토의 피폐, 분단, 이산가족, 6·25, 4·19, 5·16을 겪었고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혀를 차는 사람들이다.



이웃 중국은 음흉스레 내려다 보고 일본이 입술 적시며 널름거리는 일에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다. 그렇다 해도 돌아갈 수 있는 조국이 엄연히 있기에 뒷심을 부리며 열심히 살아온 철새들, 이제는 둥지 튼 텃새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살만한 나라가 되어 있는 조국이 가슴을 펴게 한다. 우리의 2세, 3세는 물론 타인종 앞에 내어 놓고 자랑해도 되는 나라다.

집을 나서면 길을 만난다. 어느 길로 접어드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질 수도 있는 길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한다.

사물과 삶에는 마무리가 따른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제 길과 제 줄을 놓지 않는 우리는 미국의 대학생이라는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서로의 얼굴을 익혀가고 있다.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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