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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도시의 종언

인류가 조직적인 집단생활을 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미 여러 학자가 답을 내놨다. 현생인류 연구의 선구자인 셔우드 워시번(1911~2000)의 이론은 아직도 보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최초의 현생인류가 탄생한 아프리카는 20만 년 전 건기가 찾아왔다. 먹을거리가 부족해진 인류는 아시아 지역의 대이동을 선택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족보행 진화가 이뤄졌다. 이동하면서 먹을 것을 찾고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족보행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딜레마를 안겨줬는데 워시번은 이를 ‘산과(産科)적 딜레마(Obstetric Dilemma)’라고 불렀다. 이족보행을 위해 골반은 작아진 반면, 지능이 발달하면서 뇌의 크기는 커졌다. 문제는 어머니의 산도(産道)에 비해 신생아의 머리가 너무 커 다른 동물에 비해 출산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배 속의 태아는 물론, 태어난 아기도 섭취한 영양분의 대부분을 뇌의 발달에 사용한다. 다른 동물이 태어나자마자 걷고 어미의 몸에 매달릴 수 있지만, 인류의 신생아가 너무도 무력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번식하지 못해 멸종할 수도 있었던 인류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바로 공동 육아다. 서로 출산을 돕고 아기를 함께 키웠다. 공동 육아를 하려면 집단생활이 불가피했다. 열악한 신체조건 때문에 다른 동물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도 집단생활이 유리했다.

인류는 특유의 집단생활을 무기로 도시를 건설했다. 채집이나 유목보다 농경 생활이 집단의 힘을 키우는 데 유리했고, 도시를 건설해 집단의 힘을 극대화했다. 인류가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도시의 종언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시 자체가 사라지진 않더라도 지금처럼 대규모로 모이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방식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미 감염병은 도시 시스템을 여러 차례 바꿨다. 페스트는 도시의 구획화를, 콜레라는 상하수도 시스템을 만들었다. 포스트 코로나의 도시는 어떻게 될까. 극단적으로 분산화, 개인화하지 않고선 감염병의 전파를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물리적 집단생활’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동현 / 한국중앙일보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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