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아픈 이의 위로

‘아픈 이의 위로’라고 하면 혹시 잘못 쓴 게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픈 이를 위로하는 것이지 아픈 이에게 위로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아팠던 이의 위로’라고는 해야 말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큰 상처를 받았던 사람이나 너무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던 사람이 다른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이기도 합니다. ‘운디드힐러(wounded healer)’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상처나 고통이 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를 참되게 위로하는 사람 중에 큰 고통이 없었던 이가 있었던가요?

그런데 ‘지금 현재 아픈 이’도 다른 이에게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아픈 이를 바라만 보아도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위로가 될까 생각하겠지만 아픈 이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어제와 달리 조금이라도 웃는 표정을 지어도 기운이 납니다. 서로 건네는 한마디 말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모습에서도 위로가 됩니다. 가만히 잡은 손에서 따뜻하게 전해지는 온도는 위로의 다른 이름입니다. 손을 잡고, 서로 얼싸안는 것은 온도가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의 온도를 전해 보세요.

아픈 사람을 볼 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그를 위로할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환자는 스스로가 타인에게 부담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위로를 받기만 하는 존재는 자신의 가치마저 의심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물질적 부담뿐만 아니라 정신적 부담도 지우는 것이라 생각하는 거죠. 아마 때로는 그럴 때도 있을 겁니다. 사람이라는 게 한결같지는 않으니 환자를 돌보거나 바라볼 때 힘든 표정을 짓기도 하겠죠. 하지만 아픈 사람은 위로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주체이기도 합니다. 아픈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로해 주는 일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걸 아픈 사람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아픈 이도 자신의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 경우에도 아픈 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 자신이 위로를 받았던 적이 많습니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내가 그에게 힘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아무 보잘것없던 것 같은 내가 아픈 이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는 사실은 다시 내게로 돌아와 위로가 됩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이렇듯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은 눈물 나게 고마운 일입니다.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짐이 아니라 서로 위로하는 사람임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은 말일 겁니다. 자신의 아픔뿐 아니라 주변에 전해질 내 아픔의 기운 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 때문에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힘들어하는 게 더 고통스럽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아플 때도 같은 마음입니다. 아픔이 전해지는 것이 두렵습니다. 나 때문에 힘들어할까 봐 마음이 아픈 겁니다. 귀한 마음입니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픈 이도 서로에게 위로를 주는 사람입니다.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위로의 사람입니다.

힘든 병을 앓고 있는 분들, 몸도 마음도 자유롭지 않은 분들, 고통의 이 세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분께 나의 위로는 어떤 의미일까요? 오늘 문득 이러한 글이 쓰고 싶었습니다. 내가 아픈 이를 위로하려는 마음에는 간절함도 있지만 나 역시 아파하는 사람께 무한한 위로를 받고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아픈 이들이 빨리 쾌유하기를 온 맘 다해 기원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