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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위로를 주는 노래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 편지를.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젊은지….” 학생 시절에 듣던 ‘나성에 가면’ 노래가 한국 TV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사랑의 콜센타’ 방송에서 들려온다. 나의 파릇파릇하던 그때 그 시절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미소가 피어난다. 잔잔하고 따듯하게 머리까지 위로를 전해준다.

위로가 딱 필요한 때다. 코로나19의 침공으로 석 달 이상을 집에서 단절된 상태로 지내다가 5월 초부터 갑자기 풀린 경제 재개 때문에 개개인의 희생과 협조가 무용지물이 된 요즈음이다.

더욱이 조지 플로이드 죽음으로 마른 잎에 불 붙은 듯 타오른 경찰 개혁과 사회정의 회복을 요구하는 성난 외침으로 젊은이들이 바이러스 감염 진원지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지난 자택 격리 시기에 창조적이지만 단순하면서도 복고적인 일에서 위안을 얻었다. 빵굽기, 정원 가꾸기, 양초 만들기, 손빨래하기, 버터만들기 등이다. 특히 버터 제조하는 나무통을 구입해 긴 시간 노동으로 수제 버터를 만들고 바나나브레드를 엄청 구워댔다. 바나나브레드 레시피의 구글검색은 누적 5억 회를 넘었다.



나도 몸을 고단하게 하는 일을 즐겨했지만 시청률 대박을 터트린 TV프로그램에서 큰 위안을 얻었다. 우승한 가수들은 대부분 지방 출신으로 오랫동안 눈물 어린 무명 시절을 견뎌냈다. 이제는 아이돌 이상가는 팬덤을 누리면서 방송과 광고, 각종 음악차트를 석권한다는 뉴스는 기쁨을 준다.

긴 세월을 미국에 거주한 탓에 노래는 몰라도 인생과 시대상이 녹아든 곡들이 가슴에 들어오고 귓가에 맴돌며 흥겹다. 이들 가수들은 끼 많고 신선하며, 특이하게도 노래방 기기에 맞추어서 노래하는데 어떤 곡이라도 마치 자기 노래인 듯이 소화해낸다. 굳굳하게 트로트를 불러온 가난했던 가수들의 인기폭발은 일제시대와 전쟁과 보릿고개를 견뎌낸 위 세대들의 한과 눈물의 한국 역사 같아서 마음을 헤집는다.

트로트는 서양음악이 일본화된 후에 한국 민요와 결합해서 다시 한국화된 장르다. 방송을 타지 못해서 지방으로 돌면서 인기몰이를 한 후에야 어렵게 중앙으로 진출하던 ‘역귀성 장르’인 트로트가 이제는 젊은 세대까지 환호하는 돌풍의 장르가 됐다. 직설적인 가사와 흥으로 서민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트로트는 우리같이 고국을 떠난 사람도 쉽게 공감하고 홍얼거리기 좋은, 위안을 주는 음악이다.

견고했던 미국이 한 순간에 바이러스에 무너진 듯하고 대통령은 인종주의자들을 부추기는 위험한 기로에 서있는 요즈음이다. 미국인의 80%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한다. 혼미스러움이 만드는 불안감을 음악이 주는 위안으로 덮어야겠다.


정 레지나 / LA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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