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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보고 싶지 않은 두 종류 댓글

민초의 고민과 애환을 듣고 때로는 일침으로 때로는 따스한 위로로 대답하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종종 듣는다. 법륜은 욕설 등 좋지 않는 언어습관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가장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한 여성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성악설을 신봉하지는 않지만 본시 인간이 태어나서 교과서적으로 자라고 습관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큰 무리다. 그가 욕설을 함으로써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은 아쉽고 개선되어야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불만 가득한 세상에 쏟아내 놓는 푸념이니 이를 들어주고 감싸는 것도 가족의 몫이 아닌가.”

정답없는 세상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쏟아낼 것이 많으니, 받아낼 것도 많다는 지적이다.

한인을 포함해 한국인은 유달리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일제 강점, 한국 전쟁,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며 짧은 시간에 별별 곡절을 다 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할 말이 많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생각이 바뀐 사람들에게 소리칠 만하다. 하지만 여과없이 이들의 목소리를 모두 들어야 진정한 민주주의일까.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독자들의 댓글을 접하게 된다. 기사와 영상, 사진에 독자들이 주는 댓글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칭찬만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뼈아픈 지적도 많고, 다른 생각을 냉철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많아 좋다. 그런데 정말 보고 싶지 않는 두 가지 부류의 댓글이 있다.

하나는 댓글에 모든 악감정을 동원해 상대를 비방하는 경우다. 욕설은 물론 지역, 인종, 출신을 근거로 퍼붓는 비방이다. 안 보면 된다고 하겠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나이 어린 청소년들은 이를 무방비로 당하는 공격으로 간주하기 십상이다.

한국의 한 교복업체가 최근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악플’ 기준의 첫번째로 ‘듣는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말’(54%)이 꼽혔다. 다음으로 ‘악의를 가진 말’(20%)이었고 오히려 비속어와 욕설은 1.8%에 불과했다.

아마도 이들은 댓글을 읽는 이들에게 그런 자극을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두번째 부류는 제공된 기사나 정보에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과 이념을 무작정 풀어놓고 사라지는 경우다. 코로나19 관련 기사에 ‘중공을 몰아내자, 흑인들은 공산주의자’라는 댓글을 왜 남기는 것인지. 이런 댓글 작성자들에게 ‘이성’이나 ‘사려’를 요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어쩌면 법륜의 말대로 그들이 쏟아놓은 말들은 듣고 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라서 오히려 그것을 찾아보고 삼키는 자들의 몫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5년 전 ‘댓글 리트머스’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무작정 쏟아낸 토사물 같은 댓글들을 어떤 기준으로 봐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 결론을 다시 찾아보면 ‘내가 양육하는 중학생 아들 딸이 보아도 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댓글을 쓴 이들도 자식이 있을 것이며 곧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적으로 생각하고 글을 쓴 몇몇 댓글 작성자들을 여러 방식으로 찾아가 대화를 시도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추적이 불가능했다. 그들은 철저히 자신을 숨기거나 방어하며 댓글을 남긴다. 숨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악플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그들도 무책임하게 쏟아 놓은 토사물이 누군가의 신발과 옷을 더럽힌다는 것을 안다.

악플이 아니어도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독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최인성 / 디지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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