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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볼턴 주장 어디까지 진실인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이 나오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회고록에서 어떤 부분이 왜곡됐다는 것일까?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린 내용 중 하나는 아마도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발상이 아닌 정의용 실장의 제안이었다고 주장한 부분일 것이다. 볼턴은 “이 모든 외교적인 대혼란은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기술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신뢰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는데, 이에 볼턴 자신은 분명하게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사실을 왜곡한 것일까? 북·미 정상회담이 일정 부분 한국의 중재로 성사됐다는 것은 널리 인정된 사실이다. 또한 '화염과 분노’ 등 험악한 말이 오가던 한반도의 분위기를 정상급 외교 회담으로 전환시킨 문 대통령의 능력은 한국 민주당에 막대한 정치적 자산이 되었고 청와대가 자랑하던 공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볼턴이 이 ‘모든’ 외교를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표현한 것은 과장인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의 북·미 정상회담에 생기를 불어넣었을 수 있지만 북한은 클린턴 정부 때부터 미국 대통령과의 직접 거래를 원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납득시키려 했다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의 대변인들도 공식 석상이나 사적인 자리에서나 같은 주장을 펼쳤다고 들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는 가정에는 그리 특이한 데가 없다. 필자가 미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전문가들의 의견을 조사했을 때 90%가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보다도 김정은 위원장과 비무장지대에서 ‘사진 찍을 기회’에 심취했다는 묘사도 그리 놀랍지 않다. 그가 일본과 한국을 위협하는 중거리 미사일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진술도 당시 일본 정부 관계자가 표명한 우려와 같은 맥락일 뿐이다.

그렇다면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묘사가 왜곡되었을까? 볼턴의 주장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 때문에 심란해진 나머지 회담장을 나왔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일이다.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을 비롯한 미국 국가안보팀 전체가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을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보다 더 적절하게 준비시켰다는 것이다.

북한은 실무자급 사전 회담에서 세부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 논의하기를 꺼렸고, 대신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대통령과 직접 거래를 하려고 했다. 결국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부분적인 폐쇄 같은 허황한 협상안만을 제시했고, 이런 함정은 이미 미국 측에서 대통령에게 사전에 주지시킨 내용이었다. 미국 측은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했고, 북한 측은 미국 전문가들을 피해 트럼프 대통령의 자의식에 호소하려 했지만 그들의 작전은 통하지 않았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볼턴이 몇 가지 협상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볼턴이) 외교 관계의 기본을 망각했다”는 청와대의 비판은 절대적으로 옳다. 백악관 근무는 하나의 특권이며 대통령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결례일 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직 자체에 대한 결례다. 미국의 어떤 국가안보보좌관도 볼턴처럼 부리나케 책을 출판한 적이 없었다. 공화당 외교정책 전문가였던 피터 로드먼의 말처럼 모든 대통령은 그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국가안보보좌관을 갖게 된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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