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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인생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야구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명포수 출신 인 요기 베라 뉴욕 양키스 감독의 명언이다.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를 잡은 상황에서도 뒤집어지는 경기가 많은 종목의 속성을 꿰뚫어 본 말이다.

"나막신을 신을 때까지는 알 수 없다."

(게타오 하쿠마데 와카라나이) 일본 사람들이 즐겨 입에 올리는 명구다. 결투를 벌인 사무라이 가운데 승리해 살아남은 사람만 다시 신발을 신고 길을 떠난다는 의미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우리 속담이 가장 비슷한 표현일 것이다. 여담이지만 고스톱에서 쓰리고·피바가지를 당하고도 "일어날때 봐야 돼"라고 말하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인생살이에 큰 교훈을 주는 구절이 아닐 수 없다.

초등학교 입학식을 마친 몇달 후 할아버지 환갑잔치가 열렸다. 친인척들이 "장수를 축하드립니다"라며 덕담을 했다.지난해 타계한 원로가수 최희준씨가 축가를 불렀다. 맏손주 입장에서 근엄하기만 하던 영감님이 대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제 몇십개월 후에 나 자신이 그 나이에 도달한다는 점이 믿기 어렵다. 최근 만100세를 맞이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세자리 숫자를 살아보니 인생은 60~75세가 제2의 전성기더라"고 회고했다.

기대수명이 반세기 남짓이던 시절에는 결혼 빨리해서 아이도 많이 낳고 인생의 결과도 일찍 판가름 났다. 특히 그 당시 여성들은 20대 초반까지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면 부모로부터 잔소리를 듣고 직장에 사표를 던져야 했던 시절을 보냈다.

집안 망신을 시켰다는 이유로 딸과 여동생·누나를 죽이는 이슬람의 '명예 살인'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가족을 죽이면서 '명예'라는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1세기인 지금은 어떤가.

장수의 기준도 회갑을 지나 70대 고희·80대 산수·90대 백수로 변경됐다. 남아있는 반세기 동안 인생 이모작을 추구해야 한다. 승부가 훨씬 길어졌지만 패자부활도 얼마든지 가능해진 셈이다.

이제 한달 반이 지나면 새해가 된다. 12간지의 첫 주자인 쥐띠해 20년대 첫번째 해다. 개인적으로도 생애 7번째 데케이드(10년 단위)를 맞게 된다. 감회가 없을 수 없다. 미국 한인 입장에서 어떤 각오로 이민생활을 이어가야 할까. 영어로 완벽한 시력을 의미하는 20/20 해에는 유달리 이벤트가 많다. 3월 예비선거·4월 대한민국 총선·7월 도쿄 올림픽·8월 양당 전당대회·11월 대통령-연방 상하원 선거 등 숨이 가쁠 지경이다.

잠재력만큼은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인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애매한 법규·아집과 독선이 판치는 사회 분위기·권위주의와 각종 차별 정책 때문일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젊은 시절 제멋대로(와가마마)였을지라도 일단 사회인이 되면 책임의식을 발휘한다. 가진 것이라고는 핵폭탄밖에 없는 북한 역시 미사일 발사로 화력시위를 벌인다. 어처구니 없는 행태지만 배짱 하나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한인들은 어떤가. 대체로 미래 건설보다는 과거의 안 좋은 일을 반복해 끄집어내는 경향이 있지 않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때 자기 반성보다 다른 사람 핑계를 대고 뒤집어 씌우는 경우는 없는가.

그렇지만 모험심과 패기가 사라진 모국의 현실과는 달리 이역만리서 인생 후반기를 가꿔나가는 한인들에게는 깊은 존경심을 전하고 싶다. 새해부터는 나부터 한번 확 망가질 정도로 변신해 볼 참이다.


봉화식 전략·디지털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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