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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그들이 남기고 떠난 것

아직 어둑어둑할 때다. 새벽 5시반의 야구장이다. 체이스 어틀리(예전 필리스, 다저스 2루수)가 도착했다. 유명한 연습벌레다. 훈련장 문을 따는 건 늘 그의 몫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불이 훤하다. 누가 있나? 불쑥. 큰 덩치와 마주쳤다. 서로가 약간 놀랐다. 어색한 인사가 건네졌다. “그쪽 동네는 비가 왔나요?” 흠뻑 젖은 모습에 무심코 물었다. 무덤덤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뇨, 조금 전에 훈련을 마쳤거든요.”

어틀리는 이렇게 회상한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죠. 최고가 어떤 것인지 볼 수 있었죠.”

그의 이름은 로이 할러데이다. 사이영상을 두 번이나 받은 대투수다. 그날은 팀(필라델피아)을 옮긴 첫 날이었다. 3년간 무려 6000만 달러의 계약이었다. 그런 거액을 보장받고도 새벽 출근은 변함 없었다.

그나마 어틀리니까 볼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상상도 못했다. 그들은 9시에나 나왔다. 할러데이가 한 차례 샤워를 마치고, 새 옷을 갈아입은 다음이다.



그의 역사적인 경기가 있었다. 퍼펙트 게임이었다. 단 한 명의 주자도 허용하지 않는 궁극의 기록이다. 100년이 훨씬 넘는 메이저리그에서 20번 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축하 전화가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통화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꽉 찬 메시지함에는 이런 녹음들이 남아 있었다. “이봐 로이. 또 훈련하고 있겠지. 적당히 좀 해.” 주변에서는 그를 피트니스 괴물(fitness freak)로 불렀다.

또 한 명이 있다. 지독한 연습벌레다. 날마다 새벽 4시면 일어난다. 20년을 그랬다. 그리고 (농구) 코트로 간다. 5군데 포인트를 잡고 슛 훈련을 한다. 한 곳에서 200개 씩이다. 물론 실패한 건 뺀다. 성공한 것만 카운트한다. 그러니까 1000개를 넣어야 끝나는 셈이다. 이건 겨우 한 세트다.

훈련은 또 이어진다. 드리블, 수비 연습이다. 그리고 트랙에서 2시간을 달린다. 근육 운동도 2시간 추가된다. 하루 6시간씩 숨이 턱에 닿는다. 주 6일을 그렇게 살았다. 놀랍게도 비시즌 6개월의 일정이다. 남들은 휴가를 즐기는 때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유명한 ‘666 워크아웃’이다.

레이커스 시절 얘기다. 존 셀레스텐드라는 동료의 기억이다. “본래는 내가 가장 일찍 훈련장에 도착했죠. 그런데 코비가 온 뒤로는 뺏겼어요. 그 친구가 늘 1등이었죠. 아무리 빨리 가도 소용없어요. 벌써 체육관에는 공 튀기는 소리가 가득했죠. 언젠가 그 친구가 손을 다쳤어요. 오른손이었죠. 훈련은커녕 일상도 불편했죠. ‘한동안 못 보겠구나.’ 다들 그렇게 여겼죠. 그런데 웬걸요. 다음날도 똑같더라고요. 새벽부터 벌써 땀투성이였어요. 씩 웃으며 뭐라는 줄 아세요? ‘왼손 연습하는 데 딱 좋은 걸?’. 그러면서 오른손 깁스를 툭툭 치더라고요.”

필 잭슨은 복 많은 감독이다.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전성기를 함께했다. “마이클에 가장 근접한 선수가 코비였죠. 평생의 롤 모델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한가지는 유별났죠. 훈련을 대하는 태도와 열정이었어요. 그것 만큼은 코비가 더 대단했어요. 혹시 MJ(조던)가 이 말을 들으면 섭섭해하겠죠? 하지만 진짜로 그랬어요.”

2년 쯤 됐다. 2인승 경비행기 한 대가 바닷속으로 추락했다. 플로리다 연안이었다. 경찰은 탑승자가 조종사 한 명 뿐이었다고 밝혔다. 4년전 은퇴한 ‘피트니스 괴물’ 로이 할러데이였다. 그리고 얼마 전이다. 헬기 한 대가 칼라바사스의 산 중턱으로 사라졌다. 코비와 딸, 일행들도 함께였다.

그들은 떠났다. 그러나 위대함은 남았다. 가장 치열하고, 뜨거웠던 삶에 대한 열정들이다.


백종인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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