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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네트워크] 우한폐렴 공포와 가짜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의 유전자 정보가 처음 밝혀진 시점은 지난 10일이다. 우한시가 이 바이러스의 최초 전파 루트인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을 폐쇄한 지 열흘 만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사스의 유전자 정보가 밝혀지기까지 한 달 이상 걸렸으나 바이러스의 정체가 이번엔 아주 신속하게 드러난 것이다.

물론 중국 정부가 감염 정보를 진작부터 밝히지 않아 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키웠다는 점에선 지금이나 2003년이나 매한가지이긴 하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속도는 아주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잘 일어나는 RNA바이러스라는 점에서 그렇다. RNA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에 침투한 뒤 그 숫자를 늘리기 위해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 중국 연구진의 유전자 정보 공개 이후 글로벌 집단 지성이 가동되고 있다. 매일같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전 세계 학자들은 이를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박쥐에서 사람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중간 매개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에선 2차 감염은 말할 것도 없고, 3·4차 감염 보고가 나오고 있다. 이 역병이 언제까지 창궐할 지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긴 하나 이 역병의 실체는 대부분 드러났다.



글로벌 집단 지성이 지금까지 밝힌 팩트는 분명하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똑같이 공기로 전염되지 않는다. 비말(침방울)로 전파될 뿐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세 번째 확진자가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등에서 95명과 접촉했다고 하더라도 그와 함께 식사하는 등 침이 섞일 만한 거리에 있는 접촉자(여섯 번째 확진자)만 2차 감염됐다.

팩트가 공포를 이긴다고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통하지 않는 얘기인 것 같다. 지난 28일 자 신문의 1면 보도 제목은 “우한폐렴 환자 2명, 강남·일산·평택 활보했다"였다. “5일간 돌아다닌 2명, 방역 뚫렸다”는 제목도 있다. 신문사로 배달된 대부분 신문 제목은 정부의 방역망이 뚫렸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폐렴환자 활보’를 강조했다.

우한에 있던 우리 교민들을 긴급히 비행기로 태워 국내에 안전하게 격리·수용해야 하는데 수용시설 인근에 사는 일부 주민들이 ‘우한폐렴 ○○ 수용 결사반대’ 같은 플래카드를 들고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도 언론 보도에 나왔다. 자기 집 근처에만 있어도 폐렴에 걸릴 것처럼 일부가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팩트를 가지고 그렇지 않다고 설득해야지 이를 님비 현상인양 보도하기까지 했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전파하는 자들이 바이러스보다 못한 인간이라면, 과학적 팩트는 무시하고 클릭 수를 높이려 과장을 일삼는 일부 언론은 공포를 배출하는 쓰레기다.


강홍준 / 한국중앙일보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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