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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말로 천냥 빚 진 유나이티드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말 한마디 잘못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주 지구촌 장삼이사의 최대 화제 중 하나는 유나이티드항공이 오버부킹을 이유로 베트남계 승객을 비행기에서 강제로 끌어낸 사건이었다. 공항 경찰이 객실 통로 바닥에 누운 그를 질질 끌고나가고 그 와중에 입술이 터지고 얼굴에 피까지 흘리는 그의 모습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세계인은 분노했다.

불붙은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유나이티드항공 CEO의 말 한마디였다. 오스카 무노즈 CEO는 사건 다음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해당 승객이 "파괴적이고 호전적이었다"고 비난하고 승무원은 "표준 규정에 따라 행동했다"며 강제 퇴출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일시적 비난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메일이 공개된 후 할리우드 스타들이 보이콧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여론이 악화하면서 유나이티드항공 주가는 11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2억5000만 달러가 사라졌다. 주가가 급락하자 무노즈 CEO는 하루만에 입장을 바꿔 머리를 숙였고 12일 또다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거듭 사과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노즈 CEO는 불과 한 달 전 유명 홍보전문지 PR위크에 의해 '2017년 올해의 커뮤니케이터'에 선정되면서 소통의 가치를 이해하는 뛰어난 리더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결국 말 한마디 잘못해 집안 최초의 대학졸업자이자 히스패닉의 롤모델이었던 그는 사퇴 압력을 받으며 의회 청문회와 거액 소송을 앞두게 됐다.

이번 주 사퇴 위기에 몰린 사람은 그 뿐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연일 출입기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1일 히틀러조차 화학무기를 쓰지는 않았다는 실언으로 맹비난을 샀다. 한 기자가 히틀러가 강제수용소 가스실에서 유대인을 학살한 사실을 지적하자 "히틀러는 아사드가 한 것처럼 자국민을 상대로 가스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라고 해명성 발언을 했는데 이것이 유대인단체의 분노를 불렀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그의 해고를 요구하며 파장이 커지자 그는 이날 즉각 CNN 인터뷰에서 부적절하고 무신경했다며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음날에는 대변인으로서 대통령을 실망시켰다며 자책하는 인터뷰도 했다. 해고 요구 목소리는 일단 수그러들었지만 워낙 말실수가 잦아 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사과의 말 한마디에도 기술이 있다. 사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또 구체적으로 확실히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본의 아니게' '그럴 뜻은 없었지만' '나만 잘못한 것은 아니잖아' 이런 식의 변명은 상대의 화를 더 돋울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여러번 사과했는데 어떻게 더"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너무 하는거 아냐"라며 사과를 한다고 했다가 외려 감정의 골을 더 깊게 하는 우를 범하는데 사과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푸는 것은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달려있다.

받는 사람이 진심을 느끼지 못하면 그건 진심어린 사과가 아니다. 상대를 속좁은 사람으로 폄하하는 대신 잘못을 바로 잡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때 그나마 진심이 전해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심어린 사과만 했더라도 국민들이 구속까지는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한달 벌어 한달 먹고사는 우리들이 일해서 천냥 버는 거 쉽지 않다. 그런데 혹시 모르잖은가. 조상의 지혜가 담긴 속담처럼 친절한 말, 다정한 말, 진심어린 말 한마디로 천냥을 벌 수 있을지. 참고로 300년 전 천냥을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3억6000여 만원이라고 한다.


신복례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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