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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즈 스모크샵 최용기 사장, 담배 가게에는 '꽃할배'가 멋있다네

[연중기획] 중앙일보 독자를 만나다 <3>

"왓츠업 맨(What's up, man)!"

말투나 옷차림 모두 예사롭지 않다. 흑인들의 대화에서나 들을 법한 거친 비속어와 올백 머리에 선글라스, 힙합 셔츠까지. '전형적인 60대 한인 남성'과는 사뭇 다르다.

본지 연중기획 '중앙일보 독자를 만나다' 세번째 주인공인 최용기(63)씨다. LA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멜로즈 거리의 담배 가게 '스모크숍' 사장인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소셜미디어 스타다.

예순을 넘긴 이민 1세 한인 남성이 일약 스타로 뜨게 된 계기는 담배가게 옆집인 유명 의류업소 '라운드 투(Round Two)'의 홍보 영상에 우연히 출연하면서다. 정기적으로 유투브에 올려지는 홍보 영상에서 그는 자주 출연한다. 잠깐씩 등장해 옆집 사장에게 "보고 싶지 않은 사장놈"이라고 서슴없이 농담을 하는가 하면, 직원들과도 개구진 장난을 친다.



옆집 옷가게 홍보 영상 출연, 동양 남성 통념 깬 파격 언행
팔로워 14만 명 'SNS 스타'로, 담배 가게도 전세계인 찾는 성지
"한국소식보다 한인 삶 써달라"


라운드투는 한정판 의류와 옷을 파는 전문업소다. 홍보 영상이 패션 리더들의 이목을 끌면서 덩달아 최 사장도 유명세를 타게 됐다. '아시안 남성'의 틀을 깬 그의 말투와 행동이 '쿨'해보였던 모양이다. 라운드 투를 찾은 손님들은 일부러 그를 보기 위해 담배 가게를 찾아가 사진을 찍는다. 그의 담배 가게는 일종의 인증 샷 성지가 됐다.

"영국,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온 손님들이 매일 서너 명씩은 날 찾아와요."

최 사장의 인스타그램은 개설 1년 만에 팔로워 수가 14만 5000명을 넘었다. 자랑을 늘어놓으면서도 최 사장은 업소를 찾아온 늘씬한 젊은 여성들과 트레이드마크인 손가락 하트를 그리면서 함께 사진 찍기 바쁘다.

인기 힙합 가수인 '야티(Lil Yachty)'와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와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누가 예순 넘긴 '꼰대'하고 사진을 찍겠어요. 라운드 투 덕분에 나도 제법 인기를 얻었죠."

그가 스모크숍을 연 지는 15년 전이다. 다양한 인종과 거친 손님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초창기 마찰이 많았다. 주로 가격 시비였다. 일부 '품행제로' 흑인들이 다른 곳보다 비싸다고 잔돈을 주지 않거나 괜한 트집을 잡아 욕을 퍼붓는 식이었다.

"가령 구입한 물건이 세금을 포함해 1달러 9센트면, 그냥 1달러 한 장만 던지고 가요. 그러면 싸우게 되죠."
때로는 약에 취한 손님들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했다.

"영어 억양이 이상하니까 깔보는 거죠. 또 대 놓고 '친(Chin.중국인을 지칭하는 비속어)'이라며 인종 비하 발언을 하기도 해요."

시비거는 이들로부터 최씨를 보호해준 이들 역시 흑인들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서로 같은 공간, 같은 시계 바늘 위를 달리다 보니 서로 다름을 이해해 갔던 것이다.

"누구나 결국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거든요. 억압받던 흑인들의 역사를 알면 이해가 가요." 그들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면 자연히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최 사장의 지론이다.

최 사장은 전라북도 익산의 대농의 손자로 부유하게 자랐다. 단국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왔다가 눌러앉았다. 아버지의 금전적 지원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외화 반입이 끊겼다. 불법 체류자로 살다가 시민권자인 아내를 만나 두 딸을 낳고 이제는 손주 넷을 둔 할아버지가 됐다.

"지금 삶에 만족합니다. 자유롭잖아요. 은퇴 후 삶이 걱정이긴 하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밴을 사서 아내와 여행하면서 미국의 시골 도시들을 가보고 싶어요."

중앙일보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국 소식도 좋지만, 크든 작든 한인들의 삶을 더 많이 보도해주세요."


황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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