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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도 '팩트체크', 금남의 벽 넘는다

직업탐사: 한인들의 땀과 꿈 <5> 피부관리사 권준씨

방송 기자에서 미용전문가 변신
취재경쟁에 염증…미국행 선택
가든그로브서 스킨케어샵 인수
"방송서도 안 떨다 손님 앞 당황"
남성이라 동성연애자로 오해도
팩트 취재하듯 철저히 고객 관리
지역 언론들 "숨겨진 보석" 극찬


"기자님은 주름이 생기는 편은 아닌데 기미가 올라오려고 하네요. 매일 아침에 동전크기만큼 선크림을 듬뿍 바르세요."

키 181센티미터,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몸. 언뜻 보기에 헬스트레이너인가 싶지만 그는 5년차 피부관리사다. 한국에서 8년간 경제 전문 기자를 하다 몇 해 전 미국으로 이주했다. 직업탐사 다섯 번째 주인공은 가든 그로브에서 '오아시스 스킨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권준(36)씨다.

권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경제TV, SBS CNBC에서 8년간 방송기자로 일했다. 주로 대기업, 자동차, 증권 분야를 취재했고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 취재팀에 파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독한 취재 경쟁에 늘 지쳤다. 아침 7시 출입처에 출근해 밤 8~9시까지 일하는 날이 허다했다. 거절할 수 없는 술자리도 그를 녹초로 만들었다. 스트레스로 몸이 붓고 피부에도 이상이 왔다.

힘들 때마다 찾은 곳이 피부 관리실이었다. "천국 같았어요. 피부 관리를 받으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날아갔죠. 그때 막연히 장차 사업을 하면 저렇게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죠."

그는 피부가 예민해 학생 때부터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중 안 써본 것이 없을 정도였다. 친구들이 유별나다고 핀잔을 줬지만 그는 깨끗해지는 피부에 스스로 만족했다.

"피부미용은 이제 사회생활이나 비즈니스는 물론 대인관계, 자기계발에 반드시 필요해요. 남자들은 미용에 관심을 안 가지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데 인식을 바꿔야합니다."

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낄 무렵, 그는 꿈꾸던 아메리칸드림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마침 친척이 살고 있는 오렌지카운티 가든 그로브에 스킨케어샵이 매물로 나왔다. 그는 과감히 한국 생활을 접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생애 첫 사업이었다. 세일즈는 1분 30초의 뉴스 리포팅보다 훨씬 어려웠다. 매순간이 라이브였다. 손님을 응대하는 것부터 화장품을 설명하는 것까지 모든 것들이 낯설었다. 손님 앞에서 손까지 덜덜 떨었다.

"카메라 앞에서도 안 떨던 제가 손님 앞에서는 어찌할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돌이켜보니 화장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게 문제였어요."

적자인 피부 관리실도 정상 괘도에 올려놓아야 했다. 사업자로부터 인수받은 고객장부와 회계장부는 엉망이었다. 새벽 4시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산더미처럼 쌓인 고객명단을 분류하고 회계정리를 했다.

"가격 정책과 서비스 규정도 새로 만들어야 했어요. 그러니 기존 손님들이 빠져나가는 거예요.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닌가' 밤잠을 설쳤죠."

때로는 손님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종종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깎아달라는 손님이 있었고 화장품을 아끼려고 조금만 바르고는 효과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전히 금남의 세계인 미용계에서 동성애자로 괜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고객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서비스를 받고도 되레 선심을 쓰고 간다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 불편하기도 하죠."

피부 관리실에서 여성 직원 두 명은 주로 피부 관리를 맡고 권씨는 경락 마시지를 한다.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손님당 20~30분, 기계 마사지까지 더하면 50분을 넘는다.

"마사지사의 기운이 손님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때문에 마사지사가 건강해야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꾸준히 몸을 관리하는 이유에요."

여성 직원은 손에 냄새가 밸 수 있어 부엌에서 절대 맨손으로 김치나 양파 등 만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전문성에 방점을 뒀다. 미용 관련 기사와 잡지를 빠지지 않고 읽고 세미나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전문지식을 쌓았다. '감각'이 아니라 과학을 기반으로 한 '팩트'로 미용에 접근했다.

"보통 피부 관리사들은 자기 피부를 기준으로 화장품의 성능을 판단하거든요. 저는 달라요. 화장품에 어떤 성분이 함유돼 있는지 확인하고 손님들의 피부에 맞게 안내하죠."

개업 3년 만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리뷰 사이트 옐프(Yelp)는 올 초 권씨의 가게를 '고객이 선정한 인기 업체'로 꼽았다. 지역 매거진에서도 '숨은 보석'이라고 권씨와 업소를 보도했다.

연방노동부는 피부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4년부터 10년간 피부관리사 업종이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직업 평균인 7%보다 배 가까이 높다. 지난해 한 해 평균 임금은 3만270달러. 스킨케어전문가협회(ASCP) 조사에 따르면 부유층을 상대로 한 전문가들은 연 10만 달러의 고소득을 올린다.

"적절한 가격에 얼마나 손님들을 만족시켜드리느냐가 성공 열쇠에요. 계속 연구해 봐야죠. 저의 꿈은요? 피부 관리실과 헬스클럽, 웰빙 음식점을 아우르는 웰빙센터를 만드는 겁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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