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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집념과 아들의 열정으로 만듭니다"

가업 잇는다 - 에어컨 브랜드 쿨마트(Coolmart) 송기덕 사장 부자

90년대 중반 냉동에서 출발
금융위기 이후 자체 브랜드
글로벌 기업도 기술력 인정
스마트폰으로 작동 제품도


'쿨마트'는 에어컨 브랜드다. LA 한인 사업가 송기덕(62) 사장이 만들어 전국으로 유통하고 있다. 삼성이나 LG, 굿맨, 다이킨 등 글로벌 브랜드에 살짝 가려있지만 성능이나 품질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제품이다. LA한인타운 피코 불러바드와 사우스 벌링턴 애비뉴가 만나는 곳에 쿨마트 매장이 있다.

쿨마트 전시장에는 LG, 굿맨, 다이킨 등 타사 제품도 있다. 에어컨 양판점도 아니고 자체 브랜드를 파는 기업에 경쟁 업체가 전국 유통을 맡기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더구나 LG와 굿맨 제품은 전국 유통 자격까지 갖췄다.

"쿨마트는 기술력이 장점입니다. 솔직히 대기업에 비해 마케팅이 안 돼서 그렇지 규격이나 안전, 효율성 면에서 경쟁사 제품에 절대 뒤지지 않아요."



쿨마트 에어컨의 성공에는 '에어컨의 달인'이라고 자부하는 송 사장의 집념이 스며있다. 1992년 LA로 이민 온 송 사장은 '냉동기술을 익히는 것이 좋다'는 주변의 권유로 관련 업체에 취직했다. 한국에 있을 때 전자제품업체인 동남샤프, 아남TV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전자제품 취급에 나름 자신도 있던 터였다.

냉동기술을 익힌 송 사장은 4년 뒤 '글로벌 냉동'이라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수산물업체나 마켓 등에 필요한 대형 냉동설비를 제작해 주는 컨트랙터였다. "오션프레시, 아씨마켓, 태광아메리카 등의 냉동설비를 직접 했어요. 사업이 번창하면서 같은 계통인 에어컨 설치와 판매도 겸했지요. 그때가 2006년이었고 상호명도 쿨마트로 바꿨어요."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건축경기가 완전히 사그러 들었잖아요. 냉동설비 사업도 정말 힘들었죠. 그때 보니까, 그래도 에어컨 판매는 괜찮더라고요. 자체 브랜드 론칭을 결심한 것도 그때지요, 그 후로 냉동은 접고 에어컨 사업에 올인하게 됐지요."

쉬운 것은 없었다. "단순히 팔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설치도 해주고 고장나면 고쳐주기도 해야하고, 고객문의가 오면 자세히 설명도 해야 해요."

송 사장은 에어컨을 수 없이 뜯어 보고 원리를 이해하면서 하나씩 기술을 익혔다. 에어컨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쌓이면서 송 사장은 자체 브랜드에 욕심을 냈다.

제품은 중국과 한국에서 만들어 올 수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안전성과 효율성을 공인받아야 판매가 가능했다. 송 사장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제품인증업기관인 인터텍이나 AHRI(Air-Conditioning, Heating And Refrigeration Institute) 등에서 국제인증마크를 획득할 수 있었다.

전시장 내 쿨마트 제품을 포장한 박스에는 인터텍이 인증한 ETL( Electrical Testing Lab) 마크와 AHRI가 보증한 에너지 효율성 마크 SEER(Seasonal Efficiency Ratio)이 선명하다.

송 사장은 쿨마트 기술력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전에는 중국의 5대 에어컨 제조업체 중 하나인 치고(CHIGO)와도 기술제휴를 했을 정도"라는 게 송 사장의 자랑이다.

쿨마트 에어컨을 브랜드화 하고 판매망을 넓히는 데는 매니저로 일하는 아들 앤드루(37)의 역할도 컸다. 2008년부터 쿨마트에 합류한 앤드루는 회계는 물론 마케팅 영역을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계에 대한 이해도 빠르고 손재주도 좋아 C-20(에어컨) 라이선스도 갖췄다.

쿨마트가 많이 취급하는 브랜드는 LG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쿨마트 판매 비중도 크게 늘었다. 쿨마트의 기술이나 판매력이 잘 알려져 있기에 굿맨이나 다이킨이 제품 판매를 먼저 요청해 왔고, 매장에 경쟁사 브랜드가 나란히 전시된 이유였다.

쿨마트는 그동안 6번이나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 때마다 최신 기술과 디자인 변경을 했다. 그런 변화는 송 사장 못지 않은 앤드루 매니저의 열정이 작용했다.

"아들은 최고제품을 만들자고 해요. 현재 쿨마트 제품에 와이파이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으로도 작동 가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비용이 엄청나죠. 경영도 생각해 가면서 해야 하잖아요. 아들하고 함께 일하면서 모든 게 다 좋은데, 그런 일로 충돌할 때가 가끔 있어요."

하지만 아들을 보는 송 사장의 표정엔 흐뭇함이 뭍어난다. 가업을 이을 만큼 훌쩍 커버린 아들이 대견스러운 탓이리라.

남다른 '손재주'가 닮은 꼴

'업계 최고' 꿈꾸는 부자

아버지와 아들은 발가락만 닮은 게 아니다. 손재주도 닮았다.

"아들이 어렸을 때, 자동차, 기차, 포크레인 등을 많이 사줬어요, 그런데, 회사만 갔다오면 전부 분해돼 있는 거예요. 분해는 어떻게 잘했는데, 조립을 못 해 끙끙 매고 있는 거였어요. 그럴 때마다 아들과 공구를 이용해 조립하는 게 아마도 퇴근 후 일상의 큰 부분이었을 겁니다."

송기덕 사장과 앤드루 매니저는 이제, 에어컨을 장난감 다루 듯 한다.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질의 에어컨을 소개할지를 고민한다.

물론, 앤드루 매니저도 처음부터 아버지 사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판매도 해보고 LA타임스 고객센터의 이중언어 종사자로도 근무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2008년 송 사장이 다리 부상으로 1년 이상 거동이 불편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사업체 관리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

"막연히, 언젠가는 쿨마트 일을 하겠구나라고 생갹은 했었어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일을 하게 되면서 마음을 바꿨지요. 기왕이면 아버지처럼 에어컨 분야에서만큼은 '최고'가 되자고요."

10년 가까이 에어컨 일에 매진한 앤드루 매니저는 이제 웬만한 에어컨은 소리만 들어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 대부분은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앤드루 매니저는 전국적인 디스트리뷰터 모임에도 아버지를 대신해 참석한다. 그런데 그런 모임에 가면 60대 후반 이상의 백인 남성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나 같은 젊은 세대는 없어요. 냉동설비나 플러밍, 건축 등은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아예 찾아볼 수 없을 줄은 몰랐어요."

앤드루 매니저는 업계 가업을 잇는 젊은 사람은 없지만 괜찮다고 했다. 1세대 경영 노하우는 아버지로부터 배우고 온라인 거래 등 컴퓨터를 활용한 사업 확대를 자신이 잘 해내면 쿨마트도 얼마든 지 업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김문호 기자 kim.moon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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