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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퍼블릭 아이비'의 반란

지난해일 것이다. UC어바인의 입학국장을 만나기 위해 가는 길에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캠퍼스 주변이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버클리.코넬 등 세계적인 대학의 이름으로 둘러싸여 있던 것이다.

사람의 이름도 보였다. 앨버트 마이클슨. 검색해보니 미국의 첫 노벨상 수상자다. 어바인은 무슨 의미로 대학 이름을 길 이름으로 넣었을까? '우리도 그런 명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학으로 성장하고 말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을까.

오렌지카운티에 UC 캠퍼스가 들어선 건 60년대다. UC 계열 중에선 후발 주자이지만 학문적인 열정 만큼은 대단했다.

설립 40년만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1995년 어바인 교수 2명이 그 어렵다는 물리와 화학상을 수상한 후, 2004년에도 화학 부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후 어바인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졌다. 1966년에 거행된 첫 졸업식에서만 해도 10명의 학사모를 쓴 졸업생과 3명의 석사, 1명의 박사를 배출했던 작은 어바인은 재임중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졸업 연사를 맡기 위해 방문할 만큼 인정받고, 연간 7000명에 달하는 학사를 배출하는 캠퍼스로 성장하며 아이비리그에 버금가는 주립대가 된 것 같다.

사실 요즘 '명문대'라는 분류는 1960년대의 기준과는 사뭇 다르다.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고 또 지역마다 명문이 있다. 아이비리그의 명성도 옛말이 된 것 같다. 신흥 명문 대학들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가리키며 '고대 에이트'(Ancient Eight)라고 비아냥 댄다. 대부분의 대학교가 영국 식민지 시대(1607-1763)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진짜 실력있는 명문대는 하버드와 예일, 프린스턴 뿐이라는 호칭의 '빅 3'가 나왔다. 여기에 맞서 생겨난 대학이 '리틀 3.' 앰허스트와 웨슬리언, 윌리엄스 사립대를 가리킨다. 캠퍼스는 작지만 '빅 3' 못지않게 탄탄하다는 뜻이다.

'타이거맘'의 교육 정신을 갖고 있는 중국계 커뮤니티의 분류는 아주 현실적이다. 이들이 꼽는 '빅 3'는 MIT와 스탠퍼드, 버클리. 셋 중 한곳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나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면 부모들은 이웃들로 부터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부러움을 산다. 미국 최고의 공과대학들이어서 여기만 나오면 평생 일자리, 돈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명문대학은 남부에도 적지 않다. 이른바 '서던 아이비'(Southern Ivy)라는 것이다. 에모리와 듀크, 밴더빌트가 여기에 속한다. 남북전쟁에서 패한 앙금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는지 학문의 세계에서조차 아이비리그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부에선 뭐니 뭐니 해도 UC 계열대학이다. 내년이면 150년을 맞는 버클리를 선두로 샌프란시스코, LA, 샌타바버러, 리버사이드 등 가주 곳곳에 캠퍼스가 생겨나면서 지금은 10곳에서 2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동안 UC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무려 150여 명이 넘는다. 버클리 캠퍼스에만 9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있고, 샌디에이고와 LA 캠퍼스에는 각각 20명과 16명이 있다. 이 정도면 '퍼블릭 아이비'라는 명칭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제 곧 있으면 12학년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이 다가온다. 일찌감치 접수한 사립대 조기전형 합격 통보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면 여유를 갖자. 우리에게는 퍼블릭 아이비가 있으니. 어느 캠퍼스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자녀가 행복하게 공부하는 것이 바로 축복일테니.


장연화 / 교육연구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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