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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대입시험 점수 '무용론' 커진다

아마도 1980년도 초반일 것이다. 배이츠 칼리지와 보든 칼리지가 신입생 지원서 작성시 제출해야 하는 대입시험 점수를 선택항목으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당시 이 두 학교는, 요즘 말로 치면, 한인 학부모들에게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었다. 게다가 리버럴 아츠 칼리지였기 때문에 종합대만 알고 있던 한인 학부모들에게는 그야 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였고 관심도 없었다.

사실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캠퍼스만 작을 뿐 실력은 월등한 대학이 많다. 지난해 프린스턴리뷰가 발표한 대학 순위에 따르면 배이츠 칼리지는 '임팩트있는 학교' 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고, '우수 해외 유학 프로그램' 순위는 14위에 올랐다. 또 '최고의 캠퍼스 음식'에 10위, '최고의 학자금 지원'에는 12위에 올랐다.

보든 칼리지는 또 어떤가. 최고의 캠퍼스 음식에 2위, '최고의 기숙사 순위'에 4위, '최고의 학자금 지원' 순위는 1위다. 무엇보다 재학생들이 사랑하는 캠퍼스 순위에 12위에 올라 학생들을 위하는 대학으로 꼽힌다.

이런 대학들이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시험을 봐야 학생들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고집하는 교육계 관계자들과 시험을 봐야 안심이 된다는 학부모들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대입시험은 필수가 됐고 대학들도 점수를 필수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밀레니얼 시대가 시작되면서 획일화됐던 입학심사 제도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보스턴에 있는 비영리재단인 '페어테스트'에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입시험 점수를 의무적으로 요구하던 대학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대입시험 점수 제출을 지원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대학이 벌써 1000곳이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내 4년제 대학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이곳에 이름을 올린 대학을 보면 코넬대, 뉴욕대, 조지워싱턴대, 웨슬리안대 등 명문 사립대부터 조지메이슨 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등 공립대도 다수 포함돼 있다. 더 놀라운 건 대입시험 점수를 보지 않고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들의 입학생 수준이 더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의대로 유명한 노스캐롤라이나의 웨이크포레스트대학의 경우 대입시험 제출을 선택으로 변경한 후 신입생의 평균 GPA가 더 높아졌으며, 고교 성적이 상위 10% 안에 포함되는 입학생들이 전체 입학생의 60%에서 79%로 올랐다고 전했을 정도다.

대입시험 점수만 보고 우수학생으로 평가해 선발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신 학생들의 개성을 들여다보고 선발하는 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다. 성적은 조금 떨어져도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집중력, 호기심을 갖고 파헤치는 근성과 용기,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과 협동력 등을 토대로 미국의 미래를 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을 찾는다.

대학이 변하는 것처럼 학부모들도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성공한다'는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성적과 상관없이, 대학 이름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대학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건 성공한 대학 생활이다.

조금 있으면 다시 대입시험 시즌이 돌아온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3~4번은 기본이고 5~6번씩 대입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시험점수로 인생을 평가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행복한 자녀로 키우고 싶다면 올해는 숫자를 버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장연화 / 교육연구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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