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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다가오는 이념의 대충돌

이념의 대충돌이 예상된다. 내년에 열릴 대선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잠룡들의 행보, 지난 대선 결과, 차기 대선의 성격이 모두 이념 충돌에 따른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연방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미-멕시코 간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을 정부 예산안에 배정하도록 양보하지 않으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 반대파는 장벽 예산을 놓고 정부 셧다운을 불사하고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는 트럼프에게 기가 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트럼피즘'에 충실한 트럼프 지지자 중 많은 이들은 "대선 공약을 실천하는 대통령"이라며 열광한다.

트럼피즘은 트럼프식 언행과 사고방식에 열광하는 사회 현상이다. 그러나 성, 인종, 종교, 계층 간 갈등과 혐오, 불만을 증폭시키는 트럼프의 소통 방식과 이를 속 시원히 여기는 지지자들의 모습은 트럼피즘의 폭주 가능성을 보여준다. 거침없고 때론 막말도 불사하는 트럼프에 의해 '정치적인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은 만신창이가 됐다.



물론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에 염증을 느끼는 이도 많다. 이들에게 트럼프는 사이다 같은 발언을 쏟아내는 대변인 같은 존재다. 트럼프는 언론 매체의 집중포화에도 개의치 않는다. 시크하게 "가짜 뉴스"라며 '마이 웨이'를 걷는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트럼프 지지자들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이젠 '샤이 트럼프' 지지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하는 힘을 지녔다.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건 자유이며 권리다. 정치꾼들의 위선에 지친 이들이 트럼프에게 열광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솔직한 표현의 메시지에 담긴 적의와 편견은 공감하는 이들의 사고와 표현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샤이 트럼프 지지자도 많이 사라졌으니 내년엔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의 말과 사고에도 한층 예리한 날이 설 것 같다.

내년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야권 잠룡들도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식 캠페인'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인다. 버니 샌더스(무소속) 연방상원의원은 최근 연방 최저 시급을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15달러까지 올리자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펠로시 하원의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코리 부커 상원의원 등도 이 법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 법안은 하원을 통과해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좌초될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잠룡들이 이 법안을 미는 이유는 지지층 규합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패한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만큼 지지층을 단단히 묶어내지 못했다. 심지어 예선에서 전국을 휩쓴 '샌더스 열풍'의 주역이었던 젊은 유권자 중 상당수가 클린턴이 본선에 진출하자 투표에 흥미를 잃었다. 샌더스 지지자들이 월가와 가까운 클린턴을 '오른쪽 멀리 있는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의 교훈을 기억하는 민주당 잠룡들은 향후 샌더스가 서 있는 곳까진 아니라도 '좌클릭'에 나서며 지지층 스펙트럼을 넓히려 들 것이다. 어차피 차기 대선은 트럼프냐, 반트럼프냐란 구도로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들이 좌로 갈수록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자신의 지지층과 공화당 지지자들을 '트럼피즘'의 우산 아래 모을 것이다. 좌파 포퓰리즘과 우파 포퓰리즘의 맞대결은 이념의 대충돌로 귀결될 것이다. 이를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대충돌이 임계점에 도달해야 새로운 타협점도 생긴다. 사족 하나 붙이자면 이 글에서 말하는 이념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어떤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생각이나 견해'다. 좌우 논쟁이나 색깔론과는 무관하다.


임상환 / 사회부 부장·선임 OC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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