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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바람에 한국어 교육 접목시킬 기회" 한국어진흥재단 모니카 류 이사장

능동적 디아스포라의 핵심은 한국어
더 많은 공립학교 한국어반 개설 목표
좋아하는 한국 단어는 '평정' '평강'

모니카 류 이사장은 미국에서 한국어의 의미를 "한국어 안에 해외동포가 있고, 한국어가 우리를 확장시킨다"고 했다. [김상진 기자]

모니카 류 이사장은 미국에서 한국어의 의미를 "한국어 안에 해외동포가 있고, 한국어가 우리를 확장시킨다"고 했다. [김상진 기자]

한국어진흥재단이 창립 25주년을 맞아 한글날인 9일 대규모 만찬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LA통합교육구를 비롯한 각 교육구의 교육자 등 각계인사가 참석했다. 특히 올해 캘리포니아 주가 해외 최초로 ‘한글날’을 제정해 이번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모니카 류 이사장을 만나 미국에서 한국어의 의미, 재단의 목적 등을 들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한글의 날이 제정됐다. 실질적인 의미는.

"유대인들의 로쉬 하샤나(Rosh Hashanah)와 욤키퍼(Yom Kippur)는 그들만의 명절이지만 유대인 밀집 지역에서는 학교가 다 쉰다. 한글날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글의 우수성 해례본이 유네스코에 채택되었던 것처럼 글자로서 만들어진 이유 만들어진 년도 만든 사람이 알려진 글은 한글밖에 없다. 무척 쉽고 아주 과학적인 문자라는 것이 더더욱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한글 단어를 좋아하나.



"굳이 하나를 뽑으라면 '평정' 또는 '평강'이라는 단어다. 세속 안에서 잡음을 멀리하고 마음의 밸런스를 갖춘다는 의미가 좋다."

-그러고 보면 재단은 25년간 별 잡음이 들리지 않았다.

"선배 이사들과 현 이사들의 노력 덕분이다."

-칼럼 등을 통해 한국어를 '소울 언어(soul language)'라고 했는데.

"한국사람인 나에게 '나의 영(靈)'을 맑게 유지하게 하고 침범당하지 않게 하는 언어라는 뜻에서 한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 영어가 내 삶에 깊이 들어와 있다. 서로(한국어 영어) 시너지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서로 파괴한다고는 볼 수는 없다. 즉 '퓨전 소울 언어(fusion soul language)'가 된 것이다."

-언어와 정신과는 정말 밀접한 관계가 있나. 의사로서 어떤 의견인가.

"물론이다. 언어는 마음을 그리고 생각을 표현한다. 정신도 다를 바 없다. 언어를 이용한 표현을 보면 그 사람의 정신세계를 대충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생각을 뇌를 통해서 하고 있지만 그 생각을 언어로 정리해서 활용ㆍ표현한다. 간혹 뇌와 언어의 표현 사이에서 헤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을 'verbal diarrhea' 라고 표현하는데 '언어 설사'라고 할까. 복잡한 생각으로 자신을 잃고 있는 경우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교사 의사가 되거나 리더가 되기 어렵다."

-1.5세나 2세들처럼 한국어와 영어 둘 다 구사하는 사람의 정신 세계는 어떤가.

"두 언어로 세상을 표현하고 합성해서 표현하는 것은 멋지지 않은가. 한국어에 또는 영어에 모자라거나 적합한 표현이 딱히 없는 경우 빌려다 쓸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정신세계 또한 두 세상을 모두 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가.

"한국의 가부장적 사고 방식(수직적 인식) 때문에 피해자가 된 사람은 영어의 세계에서 부여하는 수평적인 인식을 받아들이면서 가해자에게 대응할 수 있는 이론을 성립하는 정신세계를 만들고 살 수 있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또 이미 피해받은 희생자들을 일깨우고 치유시키며 세상의 작은 리더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이사장 개인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나.

"내 삶을 세 기간으로 나누어 바라본다. 한국에서 첫 18년의 삶은 '스쿨링(schooling)'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나의 뜻이 무엇인지도 알아보지 않고 그냥 학교 가라 그래서 갔고 그렇게 지난 것 같다. 자유로운 생각 창의적 생각의 발표력 뜻의 발표력 (미술로 표현하는 것) 등이 억제됐다."

-이해한다. 사실 1세들 대부분이 그랬다. 그 다음은.

"미국에서 20년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실상 싸움은 의과대학을 진학한 때부터 시작됐다. 나를 찾기 위한 나 자신과의 아주 긴 싸움이었다.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했다. 이 무렵 나는 '잃어 버린 나'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나는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 나를 싫어했다. 의학논문을 쓸 때도 내가 받았던 교육이 나를 못살게 굴었다."

-2 3세들에게 귀중한 교훈이 될 거 같다. 그 이후는.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리려(undo)'고 노력했다. 주입되었던 것들을 풀어서 재입력 시켜야 했다. 의학 이외의 다른 일들을 시도하기도 했다. 인테리어 디자인 수업도 들어보고 친구가 하는 다단계 사업에도 고개를 돌려봤다. 물론 거기에 맞는 훈련이 필요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약 35년간은 평화롭게 나 자신을 보며 나다운 방식으로 일한다. 모든 것은 가식이 없고 주입된 것이 아니며 나의 눈으로 보고 내 가슴으로 느끼고 내 머리로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일제강점기에는 한글을 지키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라고 대통령은 한글날 메시지를 전했다. 해외동포 사회에서 한글은 어떤 의미일까.

"'능동적 디아스포라'의 핵심이다. 디아스포라의 원래 의미는 내 뜻이 아닌 외부의 힘으로 내가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는 부정적인 뜻이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내가 원해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구심체가 되는 것이 언어다. 따라서 나는 '한국어 안에 우리 해외동포가 있고 한국어가 우리를 확장시킨다'고 말하고 싶다."

-재단의 목적은.

"언급한 대로 한국어를 세계 언어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각 공립학교에 한국어반을 많이 개설하는 것이다. 특히 칼리지보드가 AP(Advanced Placement) 시험에 한국어를 도입하게 해서 실력 있는 우수한 학생들이 고급 한국문화를 배우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끔 하겠다. 마침 한류 바람(K팝 K푸드 K드라마)이 부는 이때에 이 시류를 자연스럽게 한국어 교육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저변을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모니카 류 이사장은…
1966년 이화여자대학 의예과, 의과대학. 1976~80년 뉴욕주립대학 의과대학 종양 방사선과. 1980-현재까지 카이저 병원 종양 방사선과 전문의. 2007~현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017~현재 한국어 진흥재단 이사장. 2018년 대통령 상 포상.


김석하 선임기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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