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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되나” “차라리 이직” 동요하는 공공기관 6만 명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5 08:40

이해찬 “122곳 이전” 후폭풍
“세종시처럼 비효율” 우려 커
일각 “지방 민심 노린 정치적 계산
실제 균형발전 도움될지도 의문”

“네 살 된 아이와 아내만 서울에 남겨 놓고 지방에 가느니 차라리 이직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공공기관 입사 6년차이자 결혼 4년차인 김모(33)씨는 전날 나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발언에 대해 5일 울분을 토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졸지에 지방 이전 대상에 포함될 상황에 놓인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예외 없이 동요하고 있다.

김씨처럼 느닷없는 이산가족 위기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업무 비효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 대표가 띄운 정치적 승부수에 애꿎은 공공기관들만 희생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일지
이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울과 수도권은 과밀화의 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지방은 소멸론의 위기감 속에 정체돼 있다”며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등에 따르면 122개 기관에는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공항공단·우체국물류지원단·우체국시설관리단·코레일네트웍스·한국폴리텍·한국환경공단·예금보험공사·KOTRA·한국투자공사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이 중에는 기술보증기금 등 이미 지방 이전이 이뤄졌거나 공공기관에서 제외된 곳들도 있어 최종 이전 대상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이 발언 이후 해당 기관에 재직 중인 직원 6만 명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거치며 사실상 중단된 탓에 직원 대부분은 ‘지방 근무’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업무 비효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 공공기관장은 “정부세종청사만 봐도 얼마나 비효율적이냐. 그 많은 공공기관이 다 흩어져 내려가면 업무 비효율이 더 심해질 건 불 보듯 뻔한데 이걸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참여정부 때부터 최근까지 지방으로 이전한 150개 공공기관 중 상당수는 간부급 직원들이 수시로 서울 출장을 오가는 탓에 업무 처리에 불편을 겪고 있다.

정치적 계산 때문에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또 다른 공공기관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양극화 현상이 부동산 문제로 표출되면서 민심이 이반된 상황이라 여당으로선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인구 증가와 기업 유치가 가장 큰 관심사인 지방에 공공기관을 이전하면 지방 민심이 여당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을 이전해도 지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이미 전국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부를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균형 발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 이전 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 본부 인력 중 설비와 망을 서울에 깔아둔 전산센터 관련 IT 인력을 제외하면 실제 내려갈 수 있는 건 1000여 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추진 과정에서의 혼란도 걱정거리다. 한 공공기관 고위 인사는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만 해도 서로 다른 얘기가 많이 나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는 “이전 지역과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이곳저곳에서 ‘말의 성찬’이 있을 것이고 실제로 계획이 세워져 건물을 짓는 데만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라며 “과거에도 ‘잔류하느냐 마느냐’는 문제로 숱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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