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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만원 초고화질 TV, 200만원 강아지 로봇 … 그 중심에 ‘○○○○’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5 11:38

독일 베를린에서 엿새간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8’이 5일(현지 시간) 폐막했다. IFA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로 불린다. 이번 전시회엔 전 세계 50여 국에서 1700개 기업이 참가하고,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등에서 25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특히 이번 ‘IFA 2018’은 인공지능(AI)이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고 선언하는 자리였다. 글로벌 전자 기업들은 AI와 연동되는 스마트 홈 시스템을 앞다퉈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는 초과화질 TV 경쟁도 뜨거웠다. 이번 행사의 주요한 키워드를 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8K TV … 압도적 화질, 업스케일링이 본게임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TV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초고화질 대형 TV에서 맞붙었다. 삼성은 8K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 양산 계획을 발표했고, LG는 세계 최대 88인치 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를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를 선언한 8K QLED TV.


LG전자가 선보인 세계 최대 88인치 8K OLED TV.

8K는 해상도가 3300만 화소(가로 7680×세로 4320화소)에 이른다. 가로 7680화소가 8000개에 가까워 ‘8K(K=1000)’라는 이름이 붙었다.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6만여 대지만 2022년 530만 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두 회사는 8K의 화면 해상도에 대해 “밤하늘의 구름 움직임까지 또렷하게 보인다”(삼성) “신문의 작은 스펠링을 훨씬 정확히 알 수 있다”(LG)고 소개했다.

퀀텀닷 기반 QLED TV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은 ‘작심’을 하고 나온 듯했다. 그동안 LG전자·소니·파나소닉 등이 올레드를 채택해 삼성은 상대적 열세라는 평가였다. 삼성은 이번에 65·72·82·85인치 8K QLED TV 출시를 선언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TV 시장에서 13년째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 업체에 따라잡힌다는 위기감이 강하다”며 “(8K TV는) 차세대 기술이 아닌 양산 기술로 시장을 압도하겠다는 출사표”라고 말했다. 반도체의 초격차 전략을 TV에서도 이루겠다는 각오로 들렸다.

LG는 이와 비교하면 온도 차가 있다. 당분간 올레드를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올레드에 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올레드=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올해 250만여 대, 2022년 935만 대 등 성장세가 이어질 거란 예측에서다. 이 회사는 전시관 입구에 55인치짜리 휘어지는 올레드 사이니지 258대로 ‘올레드 협곡’을 만들어 놓았다. 길이 16m, 높이가 6m에 이른다. 알래스카와 이구아수 폭포 영상을 담았는데 금세라도 물세례를 받을 듯하다.

삼성의 85인치 8K TV 출시 시기는 이르면 이번 달, 가격은 1만5000달러(약 1700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2일(현지 시간) 베를린 중심가에 있는 전자양판점인 미디어마크트에는 벌써 삼성 8K TV가 전시돼 있었다. 75인치짜리가 6999유로(약 910만원)에 예약 판매 중이었다.


샤프의 8K TV.


하이얼의 8K TV.

샤프와 TCL·하이얼·창홍 등도 8K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영상은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체 제작한 8K 콘텐트를 빼고는 실감 나는 영상을 구현하기 어려워서다. 결국 저해상도 영상을 고해상도로 업스케일링하는 기술이 경쟁력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퀀텀’)과 LG(‘알파9’), 소니(X1)는 화질을 개선하는 AI 프로세서를 내놓았다.


AI 시대 … 구글·아마존과 대결할 상대 누구

AI가 음성이나 얼굴을 인식하는 콘셉트 제품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대 후반이다. IFA나 미국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주목받은 2016년 무렵부터지만, 이때만 해도 ‘장래가 기대되는 유망배우’였다. 올해는 단연 ‘원 톱’이었다. AI 전문가인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지난해 AI 지능이 유치원생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자기 분야에 대해 의사소통과 설명을 할 줄 아는 초등학교 4~5학생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인텔리전트 홈 구현 모습.


LG전자의 AI 씽큐 체험존.

삼성과 LG는 물론 파나소닉·화웨이·하이얼·하이센스 등은 AI와 접목한 스마트 홈을 구현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인텔리전트 홈’을 예를 들면 이렇다. 남성인 A의 집에 여자 친구 B가 방문하면 실내 온도가 자동으로 25도로 조정되고, TV 프로그램은 B가 선호하는 만화로 바뀐다. B가 떠나면 온도는 A가 설정했던 23도로 낮아지고, 채널은 평소 즐겨 보는 축구 중계로 돌아간다.

LG전자는 전시공간의 절반 이상을 AI 체험존으로 꾸몄다. 여행·요리·스타일 등 3가지 콘셉트로 구성해, 각각의 주제에 맞도록 시연자가 나와 다바이스들이 연동하는 일상을 보여줬다. 가령 스타일존에서는 여행에서 돌아온 시연자가 세탁기에 옷을 넣고 AI 스피커에 “‘하이 LG’ 옷에 묻은 잔디 자국 좀 없애줘”라고 하자 최적의 세탁 코스를 설명했다.

헤드폰 역시 AI를 만나 진화했다. 소니의 1000X 시리즈 헤드폰은 길을 걸을 때는 저절로 외부의 소리를 함께 들려준다. 자동차나 행인 등을 주의해야 해서다. 반대로 기차나 비행기를 타면 외부 소음은 완전 차단한다.


소니가 유럽에서 처음 선보인 강아지 로봇 아이보는 관람객에게 인기가 높았다.

반려견 로봇도 인기였다. 올 1월 일본에서 선보인 소니의 강아지 로봇 ‘아이보’는 이번에 처음 IFA에 나왔다. 이마와 등·턱 등에 센서를 달아 감정 표현을 하는데, 주인과 정이 들면 배를 뒤집어 보여줄 정도로 애교도 많다. ‘분양’ 가격 200만원, 3년간 ‘양육’(소프트웨어 관리) 비용 90만원이라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2만여 대가 나갔다. 현재 미국에서도 분양 중이다.


구글 홍보요원들이 IFA 2018 전시장 곳곳에 선보인 자사의 AI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AI 시대의 승부수는 플랫폼 전략과 고객 데이터 확보에 달렸다. AI 플랫폼에선 아마존과 구글이 전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이번 IFA에서도 LG·소니·화웨이 등 대부분의 글로벌 가전 기업에 ‘두뇌’로 탑재됐다. 삼성전자 ‘빅스비’ 정도만 독자적인 전략을 펼쳤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한해 5억 개 이상 디바이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세계에서 삼성이 유일하다.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무시할 수 없다”며 두 거인과 맞대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중국 굴기 … 금세 따라왔지만, 격차도 존재

하이얼의 IFA 2018 전시장 모습.


화웨이의 기린980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이번 IFA에서도 ‘중국 바람’이 거셌다. 전체 참가 기업 1700여 곳 중 중국 기업이 660여 개로, 10개 중 네 개꼴이었다. TCL은 거대한 장식의 조형물로 설치했고, 하이얼은 블랙과 화이트 톤으로 무대를 꾸몄다. TCL은 8K TV인 ‘익스클루시브’를 공개했다. 이벤트도 세련됐다. 하이얼은 “점유율 23.1%, 쿨링 No.1”이라는 간판 아래 얼음으로 진열대를 만들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또 가전 제품군에 AI를 연동해 음성 명령이나 딥러닝 기술로 사용자의 취향을 확인하는 기능을 시연했다.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 AI의 궁극적인 힘’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위 CEO는 스마트폰의 AI 기술을 강화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980’과 AI 스피커 ‘화웨이 AI 큐브’를 공개했다. 특히 그는 기린980을 애플 ‘아이폰X’에 탑재된 ‘A11’의 사진 기술과 비교하며 장점을 강조했다. 기린980은 다음 달 이 회사가 출시하는 스마트폰 ‘메이트20’에 탑재될 예정이다.


TCL의 IFA 2018 전시장 모습.

다만 “아직은 중국과 격차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TCL 에어컨의 마감 처리는 약간 투박했고, 하이얼 냉장고의 문을 열자 평범한 수준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상당수가 구글 AI를 탑재한 전자제품을 선보였다. 현지에서 만난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구글이나 아마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바이두 등이 AI 플랫폼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를 기반으로 하고 IoT를 활용해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등 기본 콘셉트는 국내 업체와 비슷하지만, 기술력 차이는 상당히 벌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글·사진=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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