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박동 법안’ 한 발짝 더 전진

임신 6주차부터 사실상 낙태 금지
찬반 격론 속 가까스로 하원 통과
공화, 보수층 결집위해 ‘낙태’ 활용

조지아 주 하원에서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HB 481)이 통과됐다.

주 하원은 ‘크로스오버 데이’ 였던 7일 늦은 저녁까지 열띤 논쟁 끝에 이른바 ‘심
장 박동 법안’(Heartbeat Bill)을 93 대 73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태아에게 심장박동 소리가 감별되면 임신중절 수술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임신 6주 차부터 태아의 심장 박동을 관측할 수 있다.

따라서 법안은 낙태 금지 기준을 현행 임신 20주에서 6주로 앞당기는 셈이며, 법률로 시행될 경우 조지아주는 전국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규제법을 적용받게 된다.

표결에 앞서 주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찬성과 반대 진영이 날카롭게 대립했다. 발의자인 에드 세츨러(공화) 의원이 발언대에 올라 “자궁 속 아이도 법의 온전한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정파적 논쟁이 있을 수 없다”며 법안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동안, 2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의석에서 뒤돌아 선 채로 침묵시위를 벌였다.

파크 캐넌(민주) 의원은 법안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이름을 옷걸이에 적어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옷걸이는 낙태 합법화 이전, 많은 여성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사용했던 낙태 도구로서 낙태 합법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캐넌 의원은 “(법안 통과시) 여성은 결국 다시 옷걸이를 사용하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빗 랄스턴 하원의장이 민주당 의원들의 시위를 비판하자 5~6명의 여성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항의했다.

애틀랜타 지역 출신 공화당 의원 10여명은 기권하거나 결표했고, 2명이 반대했다. 민주당에서는 본업이 목사인 1명의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반대했다.

공화당 의원중 몇 안되는 여성 의원인 데보라 실콕스 의원은 발언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레니타 새넌 의원은 주어진 발언 시간이 다 지났지만 발언대에서 내려가지 않고 버티기를 시도하다 결국 경비원과 민주당 동료 의원들의 만류로 자리를 내려왔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작년 선거에서 “전국에서 가장 엄격한 반낙태법을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심장 박동 법안’은 상원을 통과해 시행되더라도 임신 초중기에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가 뒤집어지기 전까지 다양한 소송과 정치적 공방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 대법원이 보수파 대법관으로 채워진 점은 낙태 논쟁의 또다른 변수이다. 공화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낙태규제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범 기자